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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208) 복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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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복조리

조성윤(1936∼)

복이요 소리친다 인정이 전해지고
정겨운 세시풍속 세월에 묻혀 가네
 매달린 복조리 한 쌍 복이 굴러 온대요
- 마음 밭의 꽃(도토리숲)

새해는 동심으로

경기도의 민선 제2대, 제3대 교육감을 지낸 조성윤 선생은 시조 시인으로 제2의 인생을 꽃피우고 계신다. 조 시인이 즐겨 쓰는 시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조.

조리는 대나무나 싸릿가지의 속대를 엮어 만들어 쌀을 이는 용구다. 섣달 그믐날 자정부터 정월 초하룻날 아침 사이에 조리 장수는 복 많이 받으라고 소리치며 조리를 집 마당에 던져놓는다. 설날에 장만한 복조리는 1년 내내 쓰게 되지만 방 한쪽 구석이나 대청 한 귀퉁이 또는 부엌문 앞에 걸어두기도 한다. 조리가 만복을 일구어주리라는 믿음에서 비롯한 복조리 풍습은 1970년대 후반까지도 성행했으나 아파트가 주된 주거 수단이 되면서 점차 사라졌다.

영국의 계관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명시 ‘무지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읊었다. 이 동시조집은 조 시인의 고향인 하남 고골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림을 그려 더욱 의미 있는 책이 되었다.

새해는 동심으로 맞아보자. 어른의 마음으로는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니까······.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