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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35%↑ 대파 54%↑ 설탕 14%↑…장보러 가기 겁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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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과일 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3일 기준 사과와 배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35.4%, 29.9% 올랐다. 사진은 3일 서울의 한 재래시장. [연합뉴스]

과일 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3일 기준 사과와 배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35.4%, 29.9% 올랐다. 사진은 3일 서울의 한 재래시장. [연합뉴스]

주부 김모(61)씨는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 쇼핑몰에서 ‘못난이 사과’(비정형과)를 주문해 먹기 시작했다. 생김새가 투박하거나 표면에 흠집이 난 탓에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맛이나 품질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가격이 일반 사과보다 훨씬 싸다. 김씨는 “요즘 마트에 갈 때마다 비싸진 과일 가격에 깜짝 놀란다”며 “상대적으로 값싼 못난이 과일을 대안으로 찾게 됐다”고 말했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과(후지·10개) 소매가격은 2만9593원으로, 한 달 전(2만8006원)보다 5.7% 올랐다. 1년 전(2만1858원)과 비교하면 무려 35.4% 오른 가격이다. 배(신고·10개) 가격은 한 달 전보다 13.2%, 1년 전보다 29.9% 오른 3만3355원이었다. 감귤(26.1%)·딸기(18%) 등 과일과 대파(53.7%)·배추(11.9%)·시금치(15.8%) 등 채소 가격도 1년 전보다 많이 올랐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대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과 생산량은 2022년 56만6041t에서 지난해 39만4428t으로 30.3% 감소했다. 재배 면적도 4.2% 감소한 2만4687ha를 기록했다. 배 생산량 역시 25만1093t에서 18만3802t으로 26.8% 줄었다. 한파와 이상기온 등 기상 여건 악화뿐만 아니라 농촌 고령화로 인한 과수원 폐원, 열매 수 감소, 병충해 피해 등도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공식품·외식 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농식품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6% 증가했는데, 전체 물가 상승률(3.6%)의 1.7배 수준이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전체의 1.9배 수준인 6.8%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설탕(14.1%), 소금(13%), 커피(12.6%), 피자(11.2%), 우유(9.9%), 햄버거(9.8%)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실제 일부 프랜차이즈들은 새해 들어 메뉴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유명 칼국수 프랜차이즈인 등촌샤브칼국수는 지난 2일부터 메인 메뉴인 버섯칼국수와 쇠고기샤브 가격을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10% 인상한다는 공지를 냈다. “농식품·가공품·인건비·운영비 등 상승에 따라 부득이 음식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도 지난달 29일부터 주요 메뉴 소비자가격을 최소 500원에서 최대 3000원 인상했다. 2021년 12월 이후 2년 만에 가격 인상이다.

다음 달 설 연휴를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는 성수품을 중심으로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명절 전까지 과일 등 계약재배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가공용으로 활용하던 사과 비정형과와 소형과 출하를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식품·외식업계 원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세제지원 등 조치도 취한다. 농식품부는 면세농산물 등에 대해 일정한 금액을 매입세액으로 간주하는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 10% 상향 조치를 내년 12월까지 연장하고, 연매출 4억원 이하 영세 개인음식점에 대한 공제율 확대도 2026년 말까지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설탕·원당·해바라기씨유·커피생두 등 주요 식품·외식 원료를 포함한 26개 품목에 대한 할당 관세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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