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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간병비 건보, 年15조"에… 요양병원 "1조~2조면 충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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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주관한 '간병급여화 본사업 조기 실시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남수현 기자

3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주관한 '간병급여화 본사업 조기 실시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남수현 기자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가운데, 시범사업 설계대로면 간병비 지원에 연간 1조~2조원의 재원만 있으면 된다는 요양병원 측 추산이 나왔다. 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한요양병원협회 주관으로 개최된 ‘간병급여화 본 사업 조기 실시를 위한 토론회’에서다.

1조원대 재정으로 충분하다는 협회 측 계산은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연간 최대 1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보건복지부 추산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숫자다. 협회는 이런 추산을 바탕으로 간병비 지원 대상자 확대와 2027년으로 예정된 본 사업 시행을 앞당기길 희망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3년 6개월간의 단계적인 시범사업이 필요하다. 대상자를 확대할 생각도 지금 단계에서는 없다”(임강섭 간호정책과장)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국민 간병부담 경감감방안’에서 오는 7월부터 요양병원 10곳에 대한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단계적 확대를 거쳐 2027년부터 전국에 적용되는 본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임선재 협회 부회장은 “언론에서는 간병 급여화에 10조~15조원이 든다고 보도됐지만, 저희가 추산해본 바에 따르면 그보다 훨씬 적은 돈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간병비를 모든 환자가 아닌, 의료·요양 필요도가 높은 중환자(5단계 중증도 분류체계에 따른 의료 최고도·고도 환자이면서 장기요양 1~2등급)를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여기에 환자 중증도에 따라 본인 부담률도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해 소요 재정을 따져보면, 전국 요양병원으로 지원을 확대해도 연 1조20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협회 추산이다.

임 부회장은 “재원이 예상보다 적게 소요된다면, 본 사업을 조기에 실시할 수는 없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며 “의료 최고도·고도가 아닌 중도 환자들도 많은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인데, 이들까지 지원을 확대 실시할 가능성은 없는지 복지부 생각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간병비 부담 세가지 대책 그래픽 이미지.

간병비 부담 세가지 대책 그래픽 이미지.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이요한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료 최고도·고도이면서 장기요양 1~2등급 환자는 전체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5% 정도만 해당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과연 이렇게 대상자를 한정적으로 하면 간병비 부담 경감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간병 때문에 요양병원을 이용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주 일부에게만 혜택을 준다고 해서 그 밖의 사람들이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역사회 돌봄 역량 등이 확충되지 않는 한 ‘사회적 입원’(치료가 아닌 요양을 위해 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것) 등의 문제는 존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복지부는 본 사업 시행을 앞당기거나 간병비 지원 대상 등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간병비 지원 대상이 전체 환자의 5%인 것은 너무 적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요양병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전에 대상자 규모를 논하는 것은 섣부르다”며 “요양병원 병상 수는 지나치게 과잉이고, 입원환자는 불필요하게 많다. 이 문제가 만연한 상황에서 국가가 간병 지원에 재정을 투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간병비 지원 기간(최대 180일)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임 과장은 “180일이라는 기간은 시범사업을 통해 적절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면서도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 (환자가) 장기 입원한다고 간병비도 입원 기간만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요양병원이 숙박시설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발언해 청중에 있던 요양병원 관계자들로부터 “현장을 모르는 모욕적인 얘기” 등의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정부는 병원이 환자를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보호자가 위탁한 거지 우리가 붙잡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분들이 퇴원했을 때 국가가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요양병원 구조조정만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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