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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앱 2위 넘보는 ‘알리’의 침공…대한통운·한진은 뒤에서 웃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알리익스프레스의 지하철 광고.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알리익스프레스의 지하철 광고.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국내 시장에 거침없이 침투하면서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웃는 쪽은 일거리가 많아진 택배사, 우는 쪽은 ‘알리’에 시장 점유율을 뺐기고 있는 한국 쇼핑몰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약 3000만건이었던 알리발(發) 국내 배송 물량이 올해는 5000만건으로 증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회사는 CJ대한통운이다. 알리는 한국 직구 배송에 CJ대한통운을 우선 사업자로 쓰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50만건이던 CJ대한통운의 알리 물량은 3분기 900만건으로 약 2.5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CJ대한통운의 전망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엔데믹으로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가 주춤해졌고, 자체 배송망을 갖춘 쿠팡이 위탁 물량을 줄이는 추세였기 때문. 그러나 알리의 급부상에 따라 올해 이같은 일거리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일 보고서에서 “올해 CJ대한통운의 전체 택배 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3.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의 기대는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해 7월 6만9000원까지 내려갔던 CJ대한통운 주가는 이후 반등해 3일 12만5200원에 마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상승폭이 컸지만 주가의 상승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목표주가를 16만원으로 제시했다.

알리 일감과 함께 중국 이커머스 테무(Temu)의 일감도 소화하는 한진 역시 ‘차이나 커머스’ 수혜 대상으로 불린다. 테무는 지난해 국내 월활성사용자(MAU) 240만명을 기록하며, 또다른 중국 이커머스 쉬인(SHEIN, MAU 45만명)을 제치고 급성장 중이다. 올해 알리·테무의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한진은 현재 3, 4위권(점유율 12%)인 국내 택배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인천에 세운 택배 분류 시스템 '오토스토어' 사진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이 인천에 세운 택배 분류 시스템 '오토스토어' 사진 CJ대한통운

알리, 사용자 많은 쇼핑 앱 2위 넘본다

다만 중국발 택배가 는다고 해서 국내 택배 물량이 바로 늘지는 않는다. 항만·공항에서 관세청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허용되는 반입량이 적거나, 통관 대기 줄이 길어진다면 택배사의 수익성은 제한적이다. 특히 중국발 직구 물품이 마약 밀반입의 주요 창구인 것으로 수사당국이 지목하고 있어 통관 속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택배사의 기대와 달리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앱 시장 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등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성장세가 한창이던 2021년 이후 2년 사이에 이용자가 증가한 국내 이커머스 앱은 1위 쿠팡(2367만→2846만명) 뿐이다(2023년은 10월 기준). 11번가·G마켓·위메프 등은 모두 이용자가 줄었다. 알리 이용자가 지난해 10월 기준 613만명으로 국내 사용자가 많이 쓰는 이커머스 앱 톱5에 든 것과 대조적이다. 배세호 애널리스트는 “알리의 성장 속도로 봤을 때 올해 상반기 중 사용자 수 2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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