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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직격탄 맞은 초등학교…입학생 첫 30만명대 “학급 줄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인 3일 부산 해운대구 송수초등학교에서 학생과 부모들이 예비소집에 참석한 뒤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 학교는 작년에 비해 20 여명 줄어든 124명의 학생이 입학 할 예정이다. 송봉근 기자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인 3일 부산 해운대구 송수초등학교에서 학생과 부모들이 예비소집에 참석한 뒤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 학교는 작년에 비해 20 여명 줄어든 124명의 학생이 입학 할 예정이다. 송봉근 기자

서울의 A초등학교는 올해 입학할 취학 대상 아동이 지난해 83명에서 61명으로 줄었다. 근처 아파트 재건축이 완료되면서 학생 유입이 시작됐는데도 스무명 넘게 신입생이 줄어든 것이다. 이 학교 교장은 “최근 지역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최소 한 학급을 줄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이하인 학년은 몇 학급을 합쳐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국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취학 대상 아동은 41만 명이지만 실제 학교에 입학하는 인원은 그보다 적기 때문이다.

3일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취학통지서 발송이 끝난 지난해 12월 20일 기준으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취학 대상 아동은 41만 3056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국내에서 출생한 35만 7771명에 1년 넘게 취학을 미룬 과령아동 입학생과 조기 입학생, 국내 거주 외국인 등을 합한 수치다.

통상 3월에 실제로 입학하는 아동은 이보다 적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초등학교의 취학률은 94~96% 수준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올해 초등 1학년 입학생은 39만 명 선으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40만 깨진 지 3년 만에 30만도 무너질 듯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학령인구 감소세는 농어촌 지역뿐 아니라 인구가 많은 대도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올해 서울의 취학 대상 아동은 5만 9492명으로 지난해 6만6324명 대비 10.3% 감소했다. 취학 대상이 5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출생아 수를 보면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앞으로 더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40만 명을 유지하던 출생아 수는 2017년 35만7771명으로 급감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27년 초등학교 입학 대상이 되는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 2337명이다. 40만 명 선이 깨진 지 3년 만에 30만명 선도 붕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학교도 ‘역피라미드’ 형으로…학습권 침해 우려도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저출산의 여파로 해마다 입학생이 줄면서 학교 구조도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의 학년별 학생 수는 6학년 45만7674명, 5학년 46만9860명, 4학년 42만3680명, 3학년 42만3154명, 2학년 42만3153명, 1학년 40만1752명이었다. 학급 수도 6~1학년 순으로 2만3320개, 2만2157개, 2만109개, 2만14개, 2만226개, 1만9977개다. 학년이 낮아질수록 학생, 학급 수도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학생 수 감소에 맞춰 교사 수를 대폭 줄일 계획이다. 교육부의 ‘중장기(2024~2027) 교원수급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초·중·고교 교사 신규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최대 2359명(28%) 줄인다.

학년까지 통합…“교사 부담 늘어날 수도”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교사 신규채용 감축 등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교사 신규채용 감축 등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각 교육청도 신입생과 교사 수 감소에 대비해 관내 학급을 더 감축하기로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초등 150여 학급, 중학교 141학급, 고등학교 62학급을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충남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 중·고교 현장에 “6학급 이상 학교는 일률적으로 교사 1명을 감축하라”고 알렸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수는 줄었지만, 학급 감축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늘어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학급당 학생 수가 40~50명에 달하던 시절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때보다 교실을 통제하기는 훨씬 어려워졌다. 학생 한두 명만 늘어도 부담은 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급이 하나 줄면, 담임교사뿐 아니라 교과 교사까지 해서 두 명 이상이 줄어드는 반면 업무량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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