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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간토 악몽 떠오른다…"지진 무기 사용" 日 또 음모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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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에서 가짜뉴스가 무더기로 떠돌아 일본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3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 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일어나 큰 피해가 나온 상황에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온갖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이시카와현 하쿠이시에서 한 주민이 지진으로 파손된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일 일본 이시카와현 하쿠이시에서 한 주민이 지진으로 파손된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 영상을 가공해 마치 이번 지진에 따른 쓰나미인 것처럼 속이는 ‘페이크(fake)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번 지진 발생 직후 NHK 등이 쓰나미 경보 상황을 계속 방송한 만큼 이런 불안한 심리를 악용한 사례로 지목된다.

지진 발생 원인을 두고 “(적국이) 지진 무기를 사용한 것 아니냐”, “인공지진 아니냐” 등의 음모론도 나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뿌린 전단지에 인공지진의 존재가 적혀 있었다. 80년 전 존재했던 지진 무기가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생각하면 무섭다”는 식이었다. 이와 관련, 2일 일본 기상청은 “지진 무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기상청 발표 정보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있지도 않은 허위 주소를 거론하며 “발이 끼어 움직일 수 없다”, “도와주세요” 등의 구조 요청을 담은 SNS 게시물도 상당수 적발됐다. 지진 피해를 악용해 “기부금을 모은다”며 입금을 유도하는 QR 코드까지 내건 사례도 있었다.

일본 이시카와현 지진 발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일본 기상청]

일본 이시카와현 지진 발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일본 기상청]

일본에선 강진 등 대형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으레 이런 인터넷상 가짜뉴스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엔 “외국인이 물자를 몽땅 빼돌려 피난소가 폐쇄됐다”는 식의 악의적인 유언비어가 유포되면서 외국인 혐오 정서가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100년 전 간토(關東)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약탈을 일삼고 있다”는 유언비어에 현혹된 자경단이 조선인을 학살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정부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노토반도 지진에 관한 가짜 정보가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 상황 등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이런 행위를 엄중히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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