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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IAEA "北경수로, 플루토늄 생산 가능" 신원식에 반박

중앙일보

입력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 핵시설 내 경수로는 핵연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으며, 북한이 15년째 안전 조치의 사각지대에 있기에 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앞서 "경수로에서 핵연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 데 대한 재반박으로 볼 여지가 있는 입장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는 모습. 김종호 기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는 모습. 김종호 기자.

"안전장치 없는 北…그래서 우려한 것"

IAEA는 최근 신 장관이 "북한의 실험용 경수로 시험가동은 플루토늄 생산이 아닌 전력 생산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설명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e메일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당시 신 장관의 설명을 두고 경수로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에 무게를 둔 IAEA의 입장과 다소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IAEA는 지난해 12월 30일 중앙일보 질의에 대한 답신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안전조치 협정을 따르고 있는 국가에서는 경수로를 비롯한 원자로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해 IAEA 차원에서 안전조치를 적용하고 있다"며 "이는 플루토늄을 비롯한 핵물질이 핵무기로 전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북한의 경우에는 IAEA가 2009년 4월 이후 아무런 안전장치도 이행할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로시 총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영변 경수로 시운전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경수로도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밝혔다.

IAEA는 또 이날 답변에서 "경수로(LWR)는 다른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조사된(irradiated) 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해당 플루토늄은 재처리 과정에서 분리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의 여지가 있다"는 그로시 총장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영변 핵단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영변 핵단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발전 목적' 가능성 언급 안 해 

IAEA의 이같은 추가 입장 표명은 전력 생산 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한국 국방부의 분석에 선을 긋는 성격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신 장관은 국방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경수로를 통해 플루토늄을 생산해 핵무기를 만든 나라는 지금까지 없다"며 "(경수로 건설이) 영변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북한의 말이 엉뚱하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반면 IAEA는 이날 답변에서 북한의 경수로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 우려만 여러 차례 강조했을 뿐 전력 생산 가능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경수로를 통해 전력과 핵연료 생산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은 2003년 NPT 체제에서 최종 탈퇴하고 2009년 IAEA 사찰단을 쫓아냈다. 정말 '평화적 핵 이용'에 해당하는 전력 생산이 목적이라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게 IAEA 우려의 핵심인 셈이다.

앞서 전직 IAEA 관계자들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북한이 영변 경수로를 재가동할 경우 이론상 기존 5MW 원자로보다 3~4배 더 많은 연간 약 15~20㎏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관측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정확하지 않은 보도"라고 지적했다.

6자회담이 진행되던 2008년 6월 북한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이 폭파되는 모습. 로이터.

6자회담이 진행되던 2008년 6월 북한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이 폭파되는 모습. 로이터.

'불확실성' 이용한 기만술 우려 

북한의 경수로 활용법을 놓고 벌써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북한이 군사용과 민수용 모두 가능한 경수로의 '불확실성'을 활용해 자칫 갈라치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올해 여름쯤 경수로가 정상 가동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실제 전력 생산에 이를 활용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뒤로는 핵무기 제조를 시도하며 국제사회를 기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위성 등으로 훤히 들여다보는 영변 핵 단지에서 기존 5MW 원자로에 더해 25∼30MW급 실험용 경수로까지 돌리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향후 국제사회와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영변의 가치를 부각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는 경수로가 전력 생산 등 산업용에 가깝다고 해도 북한처럼 핵 개발에 몰두하는 국가의 경우 사용법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에 한국이 자칫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일 경우 북한이 이를 역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의 원자력 관련 시설 관련 한국과 국제사회가 내는 메시지에 불협화음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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