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피해 탈출, 한국 정착 3년…새해 꿈은 “아들 대학 잘 적응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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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탈레반 치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울산시 동구 중앙아파트에 정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자녀들. 2년 전 정부 도움으로 이곳에 정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는 모두 28가구, 150여 명이다. [사진 HD현대중공업]

3년 전 탈레반 치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울산시 동구 중앙아파트에 정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자녀들. 2년 전 정부 도움으로 이곳에 정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는 모두 28가구, 150여 명이다. [사진 HD현대중공업]

3년 전 탈레반 치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울산에 정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어수선한 분위기로 새해를 맞았다. 고국 탈출 후 2022년 2월 7일부터 터를 잡고 사는 무상 임대 아파트 2년 계약 기한이 다음 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년 전 정부 도움으로 울산시 동구에 정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는 모두 28가구, 150여명이다. 각각 1985년에 지어진 99㎡(30평형대) HD현대중공업 임직원 사택인 중앙아파트에 정착했다. 가장 역할을 하는 28명은 모두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 취업했다. 이들은 탈레반 집권 전 아프간에서 약사와 의사·간호사·운전기사·청소부 등으로 일하면서 한국 정부를 도왔다. 정부는 군 수송기를 직접 아프간으로 보내 특별기여자인 이들을 한국에 데려왔다.

2일 울산 동구 등에 따르면 이들이 현재 거주하는 중앙아파트 무상 임대 기한은 다음 달 6일이다. 입주 당시 한국 적응 등을 위해 2년간 계약한 아파트다. 동구 관계자는 “약속한 기한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를 비우고 나가라고 한다면 이들은 당장 갈 곳이 없어진다. HD현대중공업 측과 거주지 연장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동구청 측은 만약 HD현대중공업에서 아파트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한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협의해 특별기여자들의 거주지를 새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사진 HD현대중공업]

울산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사진 HD현대중공업]

아프간에서 간호사를 하다 울산에 정착한 하피즈 압둘은 “우리가 사는 아파트 무상 임대 기한을 회사(HD현대중공업)에서 더 연장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새해 모두가 계속 울산, 그리고 현재의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현대에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임직원 사택인 중앙아파트의 무상 임대 기한을 더 연장할지 등 동구청과 살펴보는 중이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선에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로 한국살이 3년 차를 맞았지만,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새해 ‘코리아드림’은 여전히 굳건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새해는 나우루즈(Nawrouz), 새로운 날로 부르면서 소원을 비는 등 소중하게 여긴다. 한국과 다른 점은 아프가니스탄은 페르시아력 1월 1일을 우리 음력 1월 1일처럼 명절로 여긴다.

아프간에서 치과의사로 일했던 셜잔은 HD현대중공업 협력회사에서 선박 엔진 조립공정 크레인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새해에 장남이 (한국) 대학에 갈 예정인데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들이 대학에서 한국 친구를 더 많이 사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박 엔진조립을 하고 있는 미르자이(전직 간호사)는 “더 열심히 돈을 모아 새해엔 자동차를 사고 싶다”고 전했다.

첫째와 셋째, 다섯째 아들 모두 장애를 가진 와시크는 선박 케이블 설치 일을 하면서 가족을 돌보고 있다. 와시크 역시 간호사로 일했다. 그는 “몸이 안 좋은 가족이 많다. 그래서 무엇보다 새해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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