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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공제금 1조, 대출 연체율 상승…소상공인 부실 우려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지난해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고금리·고물가에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의 금융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폐업 공제금 규모가 처음 1조원을 돌파하고, 1000조원 넘는 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2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폐업 사유의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1조1820억원이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이며, 연간 1조원 선을 돌파한 것도 처음이다. 11개월간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도 10만3000건으로 10만건을 처음 넘겼다. 노란우산은 소상공인 등의 생활 안정·노후 보장 등을 위한 제도다. 공제금 지급 규모가 커진 건 그만큼 소상공인 금융 상황이 벼랑에 몰렸다는 의미다.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이 소상공인 대신 갚아준 은행 대출도 증가세다. 양경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은 1조55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3.2% 늘었다. 2020~2022년엔 4000억~5000억원 안팎이었지만 크게 증가한 것이다. 소상공인이 아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데 따른 사고액 규모도 지난해 11월까지 2조113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6.1% 늘었다.

지난달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실제로 이들이 갚아야 할 빚은 줄기는커녕 쌓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52조6000억원에 달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8조5000억원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지난해 들어 증가 속도가 둔화했다지만 1000조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특히 대출 연체율이 2022년 말 0.69%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24%로 빠르게 상승하면서 경고음이 들어왔다. 한은은 "2022년 2분기 이후 업황 부진, 이자 상환 부담 증대 등으로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팍팍한 현실에 숨통을 틔워줄 내수 상황도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물가ㆍ이자 부담으로 소비자 지갑이 덜 열리는 셈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때부터 쌓여온 소상공인 금융 리스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우선 정부가 소비를 최대한 진작시켜 소상공인의 경영상 부담을 줄여야 한다. 개인 파산 제도 강화로 회생 가능한 이들의 빚을 해소해주는 한편, 금융권이 저금리 대출을 늘리기보단 취약층 기금을 조성하는 식의 직접적 지원이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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