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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칸 추가""캠핑선반 추가"…자동차도 옷처럼 맞춤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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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PBV 이미지 사진. 송호성 기아 사장은 2021년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2030년 PBV 글로벌 판매 100만대를 달성해 PBV 시장의 글로벌 넘버원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PBV 이미지 사진. 송호성 기아 사장은 2021년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2030년 PBV 글로벌 판매 100만대를 달성해 PBV 시장의 글로벌 넘버원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도 ‘맞춤복’ 시대가 열린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PBV(목적형 이동수단‧Purpose Built Vehicle)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양산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PBV는 쉽게 말해 ‘맞춤형 자동차’다.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산업이나 직군, 심지어는 개별 기업을 위해 사용 목적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이동수단이라는 뜻이다. 더 넓은 짐칸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조수석은 없애버리고 짐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설계를 한다.

무한 확장성에, 완성차도 뛰어든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PBV의 가장 큰 장점은 ‘끝없는 확장성’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지난해 12월 펴낸 보고서 ‘미래 모빌리티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확실한 대안-PBV’에서 “PBV는 무한한 시장 확장성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기본 플랫폼에 모듈만 달리 적용하면 다양한 목적으로 제작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점유 시장인 북미‧유럽을 넘어 신시장도 (PBV로) 개척 가능하다”고 했다. 전기차의 뼈대인 ‘스케이트 보드 플랫폼’은 그대로 두고, 차체만 여러 가지로 결합시키면 승용차‧화물차‧택시 등 차량 형태를 다양하게 변신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경영연구소는 글로벌 PBV 시장이 2020년 32만대에서 2025년 130만대로 커지고 2030년에는 2000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아는 2030년까지 세계 PBV 시장 1위로 올라서겠다 포부다. 기아는 현재 쿠팡과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여러 물류 업체들 및 카카오모빌리티 등 차량 호출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5년만에 참가하는 올해 소비자가전쇼(CES)2024에서도 ‘지속 가능한 PBV 솔루션’을 핵심 전략으로 강조하며, PBV 5대 라인업을 한꺼번에 공개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로 PBV 전용 공장인 ‘이보 플랜트(EVO Plant)’도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생산기지 ‘오토랜드 화성’에 짓고 있다. 오는 11월 가동을 시작해 내년 7월엔 첫 PBV인 ‘SW(프로젝트명)’를 생산할 계획이다.

토요타 카요이바코. 카요이바코는 개인 맞춤화가 가능한 전기 미니밴으로, 승용 목적 이외에 캠핑, 운송, 이동형 매장, 셔틀버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 토요타

토요타 카요이바코. 카요이바코는 개인 맞춤화가 가능한 전기 미니밴으로, 승용 목적 이외에 캠핑, 운송, 이동형 매장, 셔틀버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 토요타

‘전기차 지각생’으로 불리던 토요타도 지난 10월 2023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새로운 PBV로 ‘카요이바코’를 제시했다. 휠체어를 고정하는 것은 물론 선반이나 캠핑 장비 등을 탈착할 수 있도록 한 구성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박스형 밴”(모터트렌드)이라는 찬사도 나왔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8년 PBV 개발 법인 ‘모이아(MOIA)’를 세우고, 독일에서 목적지가 비슷한 탑승자들을 연결하는 공유형 차량 서비스(라이드 풀링)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계열사인 테크 스타트업 브라이트드롭을 통해 전통 완성차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PBV 생산에 돌입해 페덱스·월마트 등에 PBV 차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현재 PBV 업체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시장은 상용차 시장이다. “고객의 니즈가 다양화되고 복잡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맞춤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대량 생산해 비용을 낮추고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생산과 마케팅 방식”(KAMA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등 주요 신(新)시장 진출도 수월해진다. 개인형 이동 수단에 대한 수요가 높다 보니 초소형 PBV나 경형 PBV를 통해 손쉽게 진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PBV는)빠른 시장 진입과 선점이 핵심이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 판단을 통한 PBV 시장 선점과 경쟁력 확보가 곧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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