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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선영의 마켓 나우

변하지 않을 결정적 사실에 투자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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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향후 10년 동안 일어날 변화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그에게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변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베이조스는 이렇게 답한다. “저는 두 번째 질문이 사실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불변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미래의 전개에 대해 유일한 실마리를 주기 때문이다. 베이조스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고객이 원하지 않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며, 이 두 요소에 막대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400만부가 팔렸다는『돈의 심리학』의 저자 모건 하우절의 신작 『변하지 않는 것(Same as Ever)』에 나오는 일화다. 책 내용 중 두 가지만 더 소개한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첫째, 세계적인 유력 매체인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1월 새해 전망 기사를 발표한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언급이 단 한 마디도,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단 한마디도 없었다. 가장 큰 위험과 중대한 사건은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 많거나 더 적었던 적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잠재적 위험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었는지에 대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둘째, 우리는 세계사에서 가장 큰 경제침체인 대공황이 1929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안다. 이듬해인 1930년 미국경제연맹협의회의 엘리트 회원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1위에 사법행정, 2위는 금주령, 3위에는 법에 대한 경시, 4위는 범죄가 뽑혔다. 실업은 18번째 순위였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엘리트들의 민생에 대한 무지가 바로 대공황을 그토록 끔찍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이다.

단기투자자가 아니라면 올해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필요는 없다. 투자금액이 많지 않다면 단타로 인생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면 올해 선거의 승자를 예측하는 것이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바다 수면 위의 파도의 모양만 바뀔 뿐 기저의 해류는 동일한 방향으로 흐른다.

통계청의 최신 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인구는 작년보다 3만8000명 증가한 5175만명을 기록하고, 2025년부터 감소한다. 한국의 총인구는 올해를 기점으로 줄어든다. 앞으로 10년간 변하지 않을, 우리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줄 사실은 이것이다. 모건 하우절이 지적했듯이 돈만 복리로 커지는 것이 아니다. 사건도 역시 복리로 작용한다. 총인구 감소라는 사건은 복리로 눈덩이처럼 커져서 우리 경제·사회 구조의 모든 부분을 강타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책적 역량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는 분명하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