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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다"…무기계약 요청한 치위생사, 의사는 퇴사 종용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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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뉴스1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기간제 치위생사에게 폭언하며 퇴사를 종용한 치과의사와 대학병원이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게 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강정연 판사는 한 대학병원의 치위생사인 A씨 등 2명이 같은 병원 치과의사 B씨와 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최근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동해 원고 1명당 15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기간제로 일하던 A씨 등은 2019∼2020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관리자인 B씨로부터 여러 차례 폭언을 들었다. B씨는 “후배들한테 도움이 안 되는 선배다”,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른다”, “준비가 안 돼 있다”, “꼴도 보기 싫고 일도 같이하기 싫다”, “건방지고 짜증난다”며 A씨에게 막말을 쏟아냈다. 또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고 추후 계약직으로 입사하라”고 퇴사를 종용하기도 했다.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위협도 가했다.

B씨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A씨에 대해 “나쁜 애” “야비한 사람” “좋은 병원 다닐 자격이 없다”는 등의 말을 했다. 다른 직원들에게 A씨 등과 같이 붙어다니지도 말라고 하기도 했다.

A씨 등은 병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리며 B씨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B씨는 신고 후 약 2년 6개월이 지나서야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A씨 등은 괴롭힘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도 배상금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다소 불성실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B씨의 언행은 직설적이면서도 모멸적이며, 퇴사 후 재입사를 요구하는 방식도 강압적이었다”며 “이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을 인지했을 땐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를 해야 하지만 병원 측은 이를 위반했다”며 병원에도 책임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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