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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미팅, 5060 신청하세요" 오프라인 데이트 주선자 된 IT기업 [팩플]

중앙일보

입력

LG유플러스, 원티드랩 등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오프라인 데이팅 주선에 꽂혔다. ‘나는 솔로’, ‘하트시그널’ 등 공개 데이트 프로그램처럼 여럿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짝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한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LG유플러스 사내벤처 서비스 '하트트래블'.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사내벤처 서비스 '하트트래블'. 사진 LG유플러스

이게 왜 중요해

팬데믹 이후 IT기술과 MZ세대 연애관이 결합하면서 기술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앱만추’(앱으로 만남 추구)가 크게 늘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가 미국 성인 남녀 6000여 명을 대상으로 2022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0%가 데이트 사이트나 앱을 이용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30세 미만의 경우 이 비율은 53%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온라인 데이팅 앱의 경우 상대방의 불확실한 신원, 낯선 이를 단둘이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 로맨스 스캠(사기) 등에 대한 우려도 컸다. 최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나는 솔로’ 등 연애프로그램과 같은 ‘체험형 단체 미팅’이다. ‘앱만추’ 대신 부담은 덜고, 재미는 키운 ‘다(多)만추’(다양한 사람 함께 만남 추구)가 힘을 받고 있는 것. 이에 국내 ICT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 브랜드 관심과 충성도 강화 등을 목적으로 ‘오프라인 데이트’ 주선에 나서고 있다.

쑥쑥 키워, 사내 벤처 분사

통신사 LG유플러스의 D사내벤처TF(태스크포스)는 지난해 4월 ‘하트트래블’을 출시했다. 하트트래블은 한 기수당 남녀 각각 6명을 선발해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데이팅 서비스다. 캠핑, 바베큐 파티 등의 일정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 간 일대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서비스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100명을 돌파했다. 가입자 연령대는 20대가 37%, 30대가 약 60%다. 신청자의 관심사, 이상형 등 23개 항목에 대한 설문을 분석해 참가자 중 두 배수를 추린 다음, 자기소개서 등을 꼼꼼하게 분석해 최종 참가자를 선발한다. 지난해 4월 진행한 1기 모임 참가자 중에서는 결혼한 커플도 탄생했다.

함께 볼링을 치는 하트트래블 참가자들. 사진 LG유플러스 하트트래블팀

함께 볼링을 치는 하트트래블 참가자들. 사진 LG유플러스 하트트래블팀

팀을 이끄는 LG유플러스 박세훈 팀장(PM)은 “기존 데이팅 앱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내 프로필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소개는 받고 싶은데 내가 알려지는 건 싫은 사람, 밥만 먹는 끝나는 게 아니라 1박 2일간 내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상대를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에 나가긴 부담스럽지만 ‘나는 솔로’ 같은 연애 프로그램처럼 여럿이 시간을 보내며 내 짝을 찾고 싶어서 신청했다는 이들이 참가자 중 30%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하트트래블은 향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매칭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알고리즘을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케미컴퍼니’란 이름으로 분사도 준비 중이다.

맛보기 행사가 시즌제로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원티드랩 사옥에서 진행된 '연애를 원티드' 행사. 사진 원티드랩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원티드랩 사옥에서 진행된 '연애를 원티드' 행사. 사진 원티드랩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달 21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원티드랩 사옥에는 2030 남녀 15명이 모였다. 채용플랫폼 원티드랩이 솔로인 이용자를 위해 기획한 ‘연애를 원티드’ 행사 참석자들이다. 이 행사는 원티드랩이 사전 신청을 받은 뒤 자기소개서와 설문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검증해 참가자들을 뽑았다. 채용 플랫폼이 갑자기 오프라인 미팅을 주선한 이유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대표 서비스인 ‘원티드’가 좋은 인재와 회사를 주선하듯 남녀 간 ‘매칭’도 가능하다 봤다"며 "그간 진행해온 직무, 커리어 고민 등을 주제로 만든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의 일"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30대 여성 A씨는 “신원이 확실하고 커리어에 관심이 많은 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자기소개를 하고, 질문 카드를 활용해 이성과 대화했다. ‘데이트는 조용한 공간 VS 북적이는 핫플’, ‘동종업계 사람 만나기 VS 다른 산업군 만나기’ 등 ‘밸런스 게임’을 위한 질문도 있었다. 원티드랩 관계자는 “파일럿(맛보기) 행사였는데, 참석자 반응이 뜨거워 사계절 시즌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이팅 앱도 오프라인 공략

5060 데이팅 앱 시놀의 오프라인 미팅 사진. 사진 시놀

5060 데이팅 앱 시놀의 오프라인 미팅 사진. 사진 시놀

5060을 위한 시니어 데이팅 앱 시놀은 지난달 13일 서울 강남구 한 식당에서 6:6 미팅을 열었다. 자녀 추천으로 앱을 설치하고 참가한 이용자도 있었다. 이날 미팅은 참가자 소개, 첫인상 투표, 자유 대화, 최종 선택 순서로 2시간가량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 혼자가 된 이야기 등을 나눴다. 시놀의 김민지 대표는 “데이팅 앱이지만, 오프라인에서 일대일 만남보다 다대다 만남이 덜 부담스럽고, 5060 또한 검증된 이들을 만나고자 하는 욕구들이 있다”면서 “기존 이용자들의 관심과 충성도를 높일 수 있어, 1월에도 오프라인 미팅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