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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한국경제 운세…큰아들 수출은 좋은데, 다른 자식들이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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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새해 한국 경제는 1%대의 저성장 흐름에서 벗어나 평균 2%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한 해 성장 발목을 잡았던 수출이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청신호’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여전히 ‘흐림’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와 고금리로 내수 시장이 얼어붙어서다. 부동산PF·가계부채 등 하방 요인도 산적해 있다.

31일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 5곳의 ‘2024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내본 결과 올해 연평균 성장률은 2.3%로 집계됐다. 지난해 성장률인 1.4%(잠정치)보다 0.9%포인트 높다. 기관별로는 지난해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일찍이 전망치를 제시했던 기획재정부가 2.4%로 가장 높았다. 같은 해 11~12월 전망을 내놓은 기관 중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3%,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통화기금(IMF)·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나란히 2.2%를 제시했다. 민간연구소·증권사까지 포함하면 국내외 주요 경제 기관·단체 20곳이 제시한 평균 성장률은 2%로 집계됐다.

'수출'이 성장률 견인…3년만 무역수지 흑자 전환 가능성

성장률 반등을 견인할 주요 요인으로 꼽힌 건 단연 ‘수출’이다. 지난해엔 수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에서 대외수요 악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경제성장률 전체를 끌어내린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의 감산과 재고 소진 등으로 공급은 줄고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 가격이 다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관세청]

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관세청]

산업연구원은 “연간 수출은 5.6% 증가, 수입은 0.7% 감소해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265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년 만에 무역수지 흑자 전환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고금리·고물가, 경기 반등 발목 잡을 수도

다만 반도체발 훈풍이 경기 전반으로 퍼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연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중 올해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응답은 52.3%로 1년 전 조사 때(12.8%)보다 4배 이상 늘었다.

물가·금리 부담에 내수가 가라앉아 기업 경기 전반에 온기가 퍼지긴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언급한 주요 경제기관 5곳의 올해 물가상승률 평균 전망치는 2.5%다. OECD의 전망이 2.7%로 가장 부정적이었고 정부 전망치가 2.3%로 가장 긍정적이었다. 경제기구·단체 20곳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2.6%로 집계됐다. 모두 3.6%였던 올해 전망치보다는 낮지만,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이상기후로 인한 농·축·수산물 수급 불안정, 공공요금 인상 등은 여전히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소비 심리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KDI는 "2024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2023년(1.8%)과 유사한 1.9%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기관 중 가장 보수적인 전망(1.8% 성장률·2.8% 물가상승률)을 내세운 LG경영연구원은 "(올해)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가계부채 증가 우려로 금리 인하 밀릴 수도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금리 인하 시기도 안갯속이다. 고금리는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섣부르게 금리 인하를 할 경우 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진퇴양난이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2분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LG경영연구원은 "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솟고 있는 가계부채도 금리 인하 결정을 서두를 수 없는 요인이다. 가계가 짊어진 빚의 규모를 의미하는 가계신용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너무 많아 금리를 과감하게 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국제 유가 상승, 중국 경제 영향 등도 올해 한국 경제를 흔들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2기 경제팀 수장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한국 경제의 잠재 위험요인으로 ‘부동산 PF’를 언급하며 “금융시장과 건설사·부동산 등 실물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 현재 운용 중인 8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조치를 필요하면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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