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화 티켓 30% 싸네"…59세 강남주부도 불황 닥치자 빠진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손은정(59)씨는 최근 온라인 몰에서 e쿠폰을 자주 산다. 스타벅스 커피 금액권이나 영화·패밀리 레스토랑 이용권을 주로 사는데, 할인율이 높을 땐 정가보다 30%가량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손씨는 “처음엔 e쿠폰을 사서 결제한다는 게 낯설었는데, 몇 번 해보니 어렵지 않고 실속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섯 살 아들을 키우는 최모(33)씨는 쿠팡에서 ‘반품 최상’ 상품을 애용한다. 다른 고객이 반품한 상품을 쿠팡이 검수해 재판매하는 것으로, ‘반품 최상’ 등급은 이미 포장이 뜯겨 새 상품은 아니지만 큰 하자가 없는 경우다. 최씨는 “아이 신발이나 옷에 지출하는 비용이 큰데, 열심히 검색해 반품 최상을 찾으면 새것이나 다름없는 물건을 ‘득템’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고물가 시대에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할인율이 높은 e쿠폰을 5060세대도 적극 활용한다.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반품·초저가 상품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할인 행사에만 지갑을 여는 경향도 강해져 유통 업체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31일 이커머스 업체 G마켓에 따르면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e쿠폰을 찾는 5060세대가 급증했다. 지난해 1~3분기 e쿠폰 판매 신장률(전년 대비)을 분석해보니, 영화 카테고리에서 5060세대의 신장률은 296%로 2030세대(182%)를 훌쩍 뛰어넘었다. 5060세대는 미용·뷰티(101%), 편의점(88%), 레스토랑·외식(60%) 품목에서도 2030세대(각각 62%, 64%, 30%)보다 e쿠폰 구매 신장률이 높았다. G마켓은 ‘e쿠폰 선물하기’의 이용 비중이 아직 낮은 것을 고려할 때, 5060세대 대부분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 e쿠폰을 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진 G마켓 라이프사업팀 매니저는 “코로나19를 거치며 5060세대도 디지털에 익숙해진 가운데 고물가에 대응해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자 반품된 상품을 저렴하게 사는 반품 시장도 커진다. 쿠팡 ‘반품마켓’은 정가보다 최대 92% 싸게 살 수 있어 인기다. 휴대전화·주방 가전·청소기 등 고가 전자기기뿐 아니라 세제·휴지 같은 생활용품과 장난감도 많이 찾는다. 마찬가지로 반품 상품을 전문으로 파는 티몬 ‘리퍼임박마켓’의 지난해 1~11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상품까지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는 불황형 소비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유통업체들이 역물류(반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상품을 일일이 검수 후 판매해야 하는 특성상 분류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따라 경쟁력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만원 이하 초저가 상품도 뜬다. 11번가의 가성비 아이템 전문관 ‘9900원샵’의 지난달 매출은 오픈 초기(지난해 10월) 대비 276% 증가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물가가 지속하면서 ‘저가형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불황일수록 가격 대비 가치를 명확하게 따지려는 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그룹 통합 행사인 ‘2024 데이원’을 진행한다. 생활밀착형 세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사진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그룹 통합 행사인 ‘2024 데이원’을 진행한다. 생활밀착형 세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사진 신세계그룹

유통 업체들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방안을 고심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일주일간 대규모 통합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쓱데이’가 끝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예년보다 참여 계열사를 확대하고 행사 기간도 더 늘리며 ‘생활밀착형 세일’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요일별 할인, 연말연시 프로모션 등을 늘리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할인 행사나 반짝 할인에만 지갑을 여는 소비 행태에 맞게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