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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공수사권, 오늘부터 경찰 이관…“해외첩보 등 공백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가정보원이 창설 63년 만에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완전히 넘긴다.

3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개정 국정원법이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앞서 2020년 12월 13일 개정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뒤 준비를 위한 유예기간 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수사권 조정의 한 축이었다.

국정원은 새해부터 대공수사와 관련해 해외정보 수집 및 조사 기능만 담당할 수 있다. 경찰이 간첩과 관련한 국내 첩보 수집과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경찰 입장에선 기존 역할에서 달라지는 건 없지만, 대공수사 부담이 훨씬 커지게 됐다. 경찰은 대공수사권 전담을 위해 관련 인력 규모를 올해 724명에서 내년 1127명으로 약 56% 확대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산하에는 주요 대공 사건을 수사할 안보수사단이 설치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년사를 통해 “경찰 중심의 안보수사체계 원년을 맞아 안보수사 역량을 근원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완전히 대공수사에서 배제되는 건 아니다.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이들에 대해 추적과 정보 분석 등 제한적 활동은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안보 수사에 공백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이 북한의 간첩을 막는 방패 역할을 전담할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에 대해선 경찰 내부에서 부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2월 작성한 ‘2022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 대공수사 관련 3개 과제 모두 부정 평가를 내렸다. 탈북민 보호 강화와 안보수사 활동 강화는 ‘다소 미흡(7개 등급 중 5등급)’, 안보정보 수집은 ‘미흡(6등급)’이었다.

특히 해외첩보 수집(국정원)에서 수사(경찰)로 유기적 협력이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하다. 국정원 내부에선 “기껏 열심히 해외첩보를 수집한 뒤 경찰에 갖다 바치고 싶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온다.

경찰청은 문제가 없을 거란 입장이다. 한 경찰청 간부는 “안보수사국 내 국장급 협의체를 두고 국정원 직원을 파견받아 적극 소통하고 실무회의도 필요하면 수시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역시 해외첩보를 수집한 뒤 사장시키는 것보다는 경찰을 통해 수사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결국 국정원 성과로 연결되기 때문에 협력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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