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으로 거듭나는 새해…파리올림픽 금메달 꽉 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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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국적을 포기한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8년 만에 여자 유도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장진영 기자

최근 일본 국적을 포기한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8년 만에 여자 유도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장진영 기자

“2024년 새해가 무척 기대돼요. ‘찐(진짜)’ 한국 사람으로 거듭나는 해인데 올림픽까지 열리잖아요.”

2024년 갑진년을 앞두고 재일동포 출신 유도 여자 국가대표 허미미(22·경북체육회)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그는 흥분한 듯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일본 국적을 포기한 허미미. 장진영 기자

지난달 일본 국적을 포기한 허미미. 장진영 기자

한국과 일본, 이중국적자였던 허미미는 지난달 19일 21세 생일을 맞아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일본은 만 22세 이전까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만, 22세 이후엔 하나의 국적만 가질 수 있다. 허미미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대표선수의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찌감치 한국 국적만 갖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훈련 일정 탓에 서류 절차를 밟지 못했는데 2024년 새해를 맞기 전에 국적 문제를 정리해서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젠 ‘리얼 코리안’이 됐다”며 2024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허미미의 아버지는 한국 국적, 어머니는 일본 국적이다. 조부모는 모두 한국 출신이다. 일본 유도의 특급 유망주였던 그가 한국을 땅을 밟은 건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할머니는 “손녀가 꼭 한국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둔 허미미(왼쪽). 연합뉴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둔 허미미(왼쪽). 연합뉴스

할머니의 뜻에 따라 허미미는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그해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다. 그리고는 이듬해인 2022년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3년엔 여섯 차례 국제대회에 출전해 포르투갈 그랑프리, 청두 유니버시아드, 오세아니아 오픈 등 세 차례 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여자유도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국제유도연맹(IJF) 올림픽랭킹(여자 57㎏급)은 4위다.

허미미는 오는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올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야 하지만, 허미미가 활약하는 국내 57㎏급에는 뚜렷한 경쟁자가 없어서 사실상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상태다.

여자 유도 레전드 김미정(왼쪽) 감독과 허미미. 사진 IJF

여자 유도 레전드 김미정(왼쪽) 감독과 허미미. 사진 IJF

한국 유도는 최근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여자 유도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조민선) 이후 28년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남자 유도 역시 2012 런던올림픽 당시 김재범·송대남 이후 금메달이 없다.

허미미는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다니 벌써 가슴이 설렌다. 금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어렸을 때 체득한 일본의 ‘기술’에 한국 특유의 ‘체력 유도’를 접목해 실력이 더욱 좋아졌다”고 밝혔다.

허미미는 업어치기 못지 않은 필살기를 준비 중이다. 장진영 기자

허미미는 업어치기 못지 않은 필살기를 준비 중이다. 장진영 기자

마침 여자대표팀 사령탑이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72㎏급) 김미정(53) 감독이다. 김 감독은 한국 여자유도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스타 출신이다. 허미미는 “감독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실력이 두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됐다. 주특기인 업어치기에 필적할 만한 필살기도 연마 중”이라고 설명했다.

허미미는 현재 일본 명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훈련 후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학업을 병행 중이다. 그는 “출석이 중요한 강의를 제외한 온라인 강의에선 모두 A 학점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 선수(가운데)가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간담회에 초청받아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헤드테이블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 선수(가운데)가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간담회에 초청받아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헤드테이블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1857~ 1920)의 후손이기도 하다. 경북체육회 김정훈 감독이 허미미의 할아버지가 허석 선생의 증손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허석은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지역에 항일 격문을 붙이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던 독립투사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경북 군위군에 순국기념비가 있다.

중앙일보를 통해 이 사실이 보도된 직후인 지난 3월, 허미미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첫 일정인 재일동포 오찬간담회에도 초대를 받았다. 당시 허미미는 윤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올림픽에서 활약을 기대한다”며 허미미를 격려했다. 허미미는 “한국에 온 뒤 나를 응원해주시는 분이 무척 많다. 2024년은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해로 만들 것”이라면서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뒤 가장 먼저 할아버지 순국기념비를 찾아가서 인사드리겠다”고 밝혔다.

허미미는

◦ 생년월일: 2002년 12월 19일(일본 도쿄)
◦ 소속: 한국 여자 57㎏급 국가대표, 경북체육회
◦ 키: 1m59㎝
◦ 학교: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3년
◦ 세계랭킹: 6위(올림픽랭킹 4위)
◦ 주특기: 업어치기, 굳히기
◦ 주요 수상: 2017 전일본중학선수권 우승, 2022 트빌리시·아부다비 그랜드슬램 금, 2023 청두 유니버시아드 금
◦ 가족: 현조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 허석
◦ 꿈: 파리올림픽 금메달, 배우 남주혁과 일일 데이트
◦ 좋아하는 음식: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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