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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명의로 '교복 담합' 걸리자 아내 명의로…교육청 못 막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교복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교복업자들이 가족 명의로 다시 입찰에 응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교육청에서 입찰 제한 행정처분을 받자 가족 명의 업체를 동원해 행정 제재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주지역 교복 입찰 담합 범행 구조. [사진 광주지검]

광주지역 교복 입찰 담합 범행 구조. [사진 광주지검]

입찰 제한인데…가족 명의로 입찰

31일 광주광역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A씨가 운영하는 교복업체는 내년도 광주지역 한 중학교 교복 납품 업체로 선정됐다. A씨는 아내 명의의 교복업체를 운영하던 중 교복 가격을 담합하다 적발돼 최근 벌금 500만원 형을 받았다.

또 다른 교복업자 B씨는 아들 명의의 교복 업체로 가격을 담합하다 입찰 제한 처분을 받자 최근 아내 명의 업체로 내년도 광주시내 한 고등학교 교복 납품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입찰 제한 업체 중 7곳이 가족 명의 업체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입찰 담합과) 관련이 없는 업체인 만큼 이번 입찰에 참여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교육청은 가족 명의 업체 입찰을 막을 근거가 없다고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한국은 연좌제가 금지돼 있다. 가족이라 해서 무조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0월 담합 혐의로 38개 업체에 대해 5~6개월 동안 입찰 참가를 제한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의 모습. [사진 광주시교육청]

광주광역시교육청의 모습. [사진 광주시교육청]

법원, 실질적 운영자 처벌…교육청, 업체만 행정처분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시민모임)은 "이들이 법원에서 담합 사실을 인정했어도 공정한 시장질서가 유지돼야 할 공공기관 입찰과정에서 거리낌 없이 불법행위를 한 점을 고려했을 때 교복업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교육청은 판결문에 근거해 교복 업자들이 배상해야 할 피해 규모를 파악해 구제대책을 마련하고 학부모·학생 등 피해자에게 신속히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복협회 등은 담합행위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지역 교복 입찰 담합 범행 수법 예시. [사진 광주지검]

광주지역 교복 입찰 담합 범행 수법 예시. [사진 광주지검]

교복 업자 29명, 최대 1200만원 벌금형

앞서 광주지법은 지난 2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29명에게 각 300~1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외 피고인 2명은 혐의를 다투고 있어 선고가 미뤄졌다. 이들은 2021년부터 올해 초까지 147개 중·고교가 289차례 발주한 161억원 규모 교복 구매 입찰에서 입찰 금액을 사전에 담합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이들은 담합 행위로 32억원가량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담합가는 평균 29만 6548원으로 정상가보다 6만원 비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수년간에 걸쳐 조직적, 반복적으로 행한 담합 횟수와 규모가 크다. 교복구매자인 학부모와 학생에게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고 그에 상응하는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다만,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지역 교복 입찰 담합 사례. [사진 광주지검]

광주지역 교복 입찰 담합 사례. [사진 광주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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