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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로 채운 수플레, 바닐라 더한 컬리플라워…디저트도 배 부르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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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호 28면

이선민의 ‘색다른 식탁’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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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엘라보레(사진1)’는 카다멈과 바나나, 아니스와 팥 등 생소한 향신료와 일상의 재료를 조합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의 디저트를 코스 형태로 선보이는 곳이다. 6가지 한입거리와 7~8가지 디저트를 코스로 낸다. “매일은 아니어도 하루 한 끼, 한 번 정도는 디저트로 배부르게 하고 싶었다”는 김요솔 셰프는 땅콩호박 스프나 감자 수플레 등 여느 식당에선 식사로 나올 법한 요리와 바닐라, 초콜릿 등 디저트에 흔히 쓰이는 재료들로 단맛을 강조한 디저트를 교차해서 낸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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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한입거리인 컬리플라워의 긴 여운을 끌어내기 위해 바나나, 바닐라, 카다멈을 함께 써서 여러 층의 맛을 쌓는다. 메인 코스 재료인 쌀은 기본적인 고소함을 기본으로 바삭한 머랭, 얇게 부서지는 튀일, 쫀득한 크림 등 다양한 질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팥으로 만든 크림은 생강, 계피, 넛맥, 아니스, 후추, 정향 등 다양한 향신료를 섞어 만든 빵에 곁들여 먹으면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다른 식당에서 디저트로 많이 나오는 수플레(사진2)는 부풀어 오른 모양은 유지하되, 속을 감자와 치즈로 채워 눈으로는 디저트를 입으로는 식사를 경험하게 한다.

함께 내는 음료에 대한 고민도 깊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웰컴 음료로 뿌리채소 중 하나인 더덕을 사용한다. 여린 부분은 뿌리와 껍질을 두고, 두꺼운 부분은 껍질을 벗겨서 따로 발효시킨 후, 자스민 차와 함께 모두 섞어서 낸다. 쌉쌀한 맛을 중화시킬 수 있도록 달큰한 배 정과를 함께 제공한다.

김 셰프는 파리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르 프리 카탈랑(Le Pre Catalan)’과 서울의 ‘임프레션’ 등 코스 요리를 내는 식당에서만 근무했다. “디저트가 나갈 때, 순간적으로 기존의 것을 변형해서 다른 걸 준비하기도 했는데 그런 찰나의 긴장감을 즐기다보니 포장이 손쉬운 디저트보다 식사처럼 나가는 지금의 형태를 선호하게 됐다”는 게 김 셰프의 말이다. 코스에 조금 더 ‘극적인 요소’를 넣는 것도 고려중이다. 눈과 코, 입으로만 보고 냄새 맡고 먹는 게 아니라 청각이나 촉각도 자극해서 평소 식사와는 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엘라보레는 ‘디핀 신당’과 ‘디핀 옥수’를 운영하는 외식 그룹 디핀 컴퍼니의 세 번째 매장이다. 이 회사는 한국에는 없던 형식의 업장을 새롭게 만들고, 해외 경험이 풍부한 다양한 외식업 인재를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디너 코스 8만8000원

이선민 식음·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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