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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풍 무대에 실은 구식 사랑…뮤비 같은 뮤지컬 '겨울나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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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개막한 뮤지컬 '겨울나그네'(연출 김민영)는 최인호(1945~2013)의 장편소설 『겨울나그네』(1984)가 원작이다. 뮤지컬 '영웅'과 '명성황후'를 만든 공연제작사 에이콤이 제작해 1997년 초연, 2005년에 재연했고 올해 최인호 작가의 10주기를 맞아 세번째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겨울나그네' 포스터와 주연 배우들. 사진 에이콤

뮤지컬 '겨울나그네' 포스터와 주연 배우들. 사진 에이콤

2막짜리 극은 유복한 집안 출신 의대생 민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민우는 대학 동기인 다혜에게 첫눈에 반하고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민우가 자신의 어머니가 술집 작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방황하면서 관계는 어긋난다. 핏줄을 찾아 클럽 나이아가라를 운영하는 이모를 찾아간 민우는 그곳에서 일하며 마약 거래에 손을 댄다. 민우는 클럽 종업원 제니가 자신의 아이를 갖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새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범죄에 휘말려 비참하게 죽는다.

출간 당시에 7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청춘 소설을 그대로 무대 위로 옮긴 탓에 극적 과장을 감안해도 오늘날 연애풍속도와 거리가 먼 대목이 적지 않다. 캠퍼스에서 자전거를 타던 민우가 다혜와 부딪혀 넘어지고, 엎어진 두 남녀가 눈을 맞추며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대목이나 다혜가 몇 년째 두문불출인 남자친구 민우를 끝까지 기다린다는 설정이 그 예다.

장편 소설을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많다. 특히 의대생 민우가 마약 중개상이 되는 과정이 갑작스럽다. 청순한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이 운명의 장난으로 술집 여자와 얽히게 되고, 실종된 연인을 그리워하던 여주인공이 결국 자신의 곁을 지켜준 '서브 남주'와 짝이 되는 등 진부한 전개도 아쉽다.

뮤지컬 '겨울나그네' 공연 사진. 사진 에이콤

뮤지컬 '겨울나그네' 공연 사진. 사진 에이콤

총 30개의 넘버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엔 호평이 많다. 민우 역의 이창섭은 고음 넘버를 안정적으로 소화했고 사랑에 빠진 대학생의 천진함과 비극적 운명을 맞은 남자의 슬픔을 모두 매끄럽게 연기했다. 아이돌 가수 출신의 민선예(제니)와 려욱(박현태)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성악과 여대생 다혜 역을 맡은 배우 한재아는 실제 성악 전공자다. 1970년대의 동두천 밤거리와 연세대 캠퍼스를 구현한 무대디자인과 레트로 발라드풍의 넘버가 어우러져 발라드 전성기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도 난다. 이해랑 연극상,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을 받은 박동우 홍익대 교수가 무대 디자인을 맡았다.

공연은 내년 2월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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