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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핵무기 '두 마리 토끼' 노리나…北 '영변 기만술'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북한이 시운전에 들어간 영변 핵 단지 내 실험용 경수로에 대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플루토늄을 생산해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도 있지만, 영변 지역에 실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가동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국제사회에는 전력 생산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앞세우고 뒤로는 핵연료 추출 가능성을 따져보며 '기만술'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수로로 플루토늄?…그런 나라 없어"

신 장관은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경수로를 통해 플루토늄을 생산해 핵무기를 만든 나라는 지금까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실험용 경수로에서 기존 5MW 원자로보다 3~4배 더 많은 연간 약 15~20㎏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정확하지 않은 보도"라고 지적했다. 경수로를 활용해 이론상으로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지만, 효율성 등을 따지면 현실성이 극히 낮다는 취지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하는 모습. 뉴스1.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하는 모습. 뉴스1.

신 장관은 "북한은 (경수로 건설이) 영변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엉뚱한 말은 아니라고 본다"며 "영변의 경수로는 25∼30MW로 추정되는데 이는 영변에 필요한 전기 공급량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사용으로 활용한다면 핵추진잠수함에 쓰이는 소형 원자로를 만드는 시험을 할 수 있고, 경수로를 가동할 때 만들어지는 삼중수소는 수소폭탄의 재료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경수로 가동 정황을 처음 포착한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여름 냉각수 식별을 통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를 가동하는 게 아니라 일부 극소량의 핵물질로 시험 가동하며 장비와 시설을 보완하는 단계"라면서다. 그는 경수로 정상 가동 시기는 "내년 여름쯤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변 핵단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영변 핵단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북한은 2010년부터 "자체 핵연료로 꽝꽝 돌아가는 경수로 발전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완공 목표 시점인 2012년을 훌쩍 넘겼고, 13년만인 올해 중순부터 시운전에 들어간 셈이다.

전력 생산에 무게 둔 국방부

앞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10월 중순 이후 영변 경수로에서 활동이 증가했고, 냉각기에선 다량의 물이 배출됐다"며 "다른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EPA.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EPA.

IAEA가 이처럼 경수로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만 언급한 것과 달리 국방부는 전력 생산 목적에도 무게를 두는 셈이다. 연간 전력 생산량이 2020년 기준 한국의 4.3%에 불과할 정도로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는 북한은 최근 '핵동력위원회'라는 기관까지 만들어 무기 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원자력 활용에 힘을 싣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들 또한 경수로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은 들어가는 연료량에 비해서 나오는 생산량이 워낙 적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않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불가능하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가야 할 이유가 없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핵추진잠수함이나 수소폭탄과 관련한 경수로 활용 가능성 역시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소집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한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소집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한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핵무기 측면서 활용 가능성 여전 

다만 효율성 측면과 별개로 여전히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와 관련해 경수로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용이라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는 취지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제사회가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영변에서 경수로를 돌린다는 건 핵무기 고도화의 측면에서 위협 수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영변 실험용 경수로의 발전량은 다른 지역의 전력난까지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북한 내에선 전력 인프라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또한 "북한이 핵 투발 수단인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만큼 여기에 얹을 핵탄두 증산을 위한 플루토늄을 확보할 필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모니터링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경수로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을 닫아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군사용과 민수용 모두 가능한 경수로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활용하며, 전력 생산과 핵 개발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의 예측대로 내년 여름 영변 경수로가 정상 가동된다면, 실제 전력 생산에 이를 보란 듯이 활용하면서 원자력을 평화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 내 모든 원자력 관련 시설은 핵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정당한 우려를 반박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경수로를 앞세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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