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지적 뒤…공정위, 쿠팡·야놀자·여기어때 제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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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야놀자·여기어때를 비롯한 숙박 플랫폼과 온라인쇼핑몰인 쿠팡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한 이후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플랫폼 제재 절차 본격화

2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중순 야놀자·여기어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이달 초엔 쿠팡 측에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심사보고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사 가맹택시 ‘콜 차단’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대형 플랫폼이 무더기로 제재를 앞두게 됐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야놀자·여기어때 심사보고서엔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가 기재됐다. 공정위는 야놀자·여기어때가 쿠폰 발행 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입점업체의 자율적인 프로모션을 제한했다고 봤다. 숙박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입점업체 한 곳당 월 44만~330만원(서울 기준)의 광고비를 받는다. 여기어때도 가장 비싼 광고가 월 330만원이다. 앱을 통한 매출의 10%에 달하는 수수료는 별도다.

고액 광고해야 쿠폰…공정위 “갑질”

야놀자는 월 165만원 이상 광고비를 지급한 업체에 한해 소비자가 쓸 수 있는 쿠폰을 발급해준다. 가격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를 더 끌어올 수 있는 혜택을 주는 식이다. 고액 광고를 하지 않고는 쿠폰을 이용한 프로모션을 할 수 없다. 반대로 할인 쿠폰 발행 없이 더 싼 가격으로 광고만 하고 싶어도 숙박업체에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다. 야놀자 관계자는 “추후 심의에서 불공정행위가 없었다는 회사 입장을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권성국(68)씨는 야놀자와 여기어때 광고비로 매달 330만원을 낸다. 권씨는 “광고를 해야 소비자에게 쿠폰을 줄 수 있고, 검색했을 때 상단에 표시된다. 주변 숙박업소는 다 하는데 혼자 안 하면 앱에서 우리 호텔을 찾기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숙박업주들에게 ‘갑질’을 해왔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야놀자 본사.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야놀자 본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소상공인들은 플랫폼에 광고료와 수수료를 내면 남는 게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19일),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리는 부도덕한 행태는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지난달 1일)며 온라인 플랫폼에 날을 세웠다. 이후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제재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쿠팡엔 PB상품 순위 조작 혐의

쿠팡은 직원을 동원해 자회사의 PB 상품에 후기를 달고, 이를 이용해 상품 노출도를 높였다는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참여연대 등은 “PB 상품 베스트 리유버의 후기를 보면 쿠팡 외 다른 회사 제품을 사서 구매평을 남긴 게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통상 전자상거래법이나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후기 조작을 제재하던 것과 달리 쿠팡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차별취급 행위를 적용했다. 다른 브랜드 상품이 아닌 PB 상품에 후기를 남기는 식으로 ‘자사우대’를 했다고 보면서다. 후기를 늘리고 별점을 높이는 방식으로 계열사 상품이 검색 상단에 노출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매출을 확대했다는 취지다.

지난해 3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쿠팡 PB 제품 리뷰 조작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쿠팡 PB 제품 리뷰 조작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직원이 상품평을 남기는 건 모두 표시하고 있고, 전체 후기의 0.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PB 상품만을 타깃으로 후기를 남기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인 만큼 내년에 열릴 전원회의에서 소명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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