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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준봉의 시시각각

출판·독서 위축, 해법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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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준봉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준봉 논설위원

신준봉 논설위원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작은 출판사 대표가 최근 신문사로 찾아왔다. 올해 첫 책을 전자책으로만 내는데, 신문의 서평란에서 다루는지 궁금하다는 거였다. 설립 10년이 넘는 이 출판사는 해마다 서너 권의 책을 내왔다. 하지만 올해는 첫 책을 연말에, 그것도 전자책으로만 낸다고 한다. 종이책을 내면 손해 보기 때문이다. "달달한 내용의 수필집 초판 1000부를 찍는 데 종이 값과 인쇄 비용만 750만~1000만원가량 든다"고 했다. 최근 1~2년 새 종이 값이 크게 오른 탓이다. 요즘 같은 출판 불황에 종이책 초판 소화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모습. 한국인의 성인 독서율은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모습. 한국인의 성인 독서율은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연합뉴스

 한 1인 출판사 대표는 이런 얘기도 했다. "국내 출판 산업은 저변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다." 경기도 파주의 인쇄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70대쯤이라는 것이다. 물가는 뛰는데 임금은 제자리니 젊은 사람들이 배겨 나질 못한다. 이 출판사 대표는 "인쇄소의 나이든 직원들을 보면 앞으로 출판업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나이 들어서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출판 미래가 그만큼 불투명하지 않으냐는 거다.
 새삼스럽게 출판 불황을 얘기하는 건 그만큼 요즘 현실이 녹록지 않아 보여서다. 출판 불황은 더는 뉴스도 아니다. 누구나 책 대신 유튜브나 OTT, 책 읽는 거실 소파 대신 코로나19 이후 보복 여행을 선택하려 하지 않나.

종이 값 인상 작은 출판사 타격 커
성인 독서율 하락 갈수록 빨라져
관련 부처 독서 진흥 기능 통합을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 해 한 권이라도 종이책을 읽는 19세 이상 성인의 독서율은 특히 최근 10년 이내 하락 폭이 컸다. 2013년 71.4%, 2021년 40.7%였다. 8년 동안 30%나 빠졌다. 갈수록 책 읽지 않는 추세가 가팔라진다. 올해 출판연감에 따르면 전체 파이는 갈수록 준다. 2021년에 비해 2022년 신간 발행 종수와 발행 부수가 각각 5.4%, 8.8% 줄어들었다. 출판사 숫자는 갈수록 는다. 2021년 7만1319개던 출판사가 2022년 7만5196개로 증가했다. 그 결과는 출판사의 양극화 현상이다. 매출 상위 300개가량의 출판사가 한 해 1조원 정도 되는 단행본 매출의 60%를 차지하다 보니 간판만 내건 소규모 출판사가 그 아래 부지기수라고 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저출산 영향이 이미 시작된 거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 매출이 2022년 3분기 이후 계속해서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었다는 통계청 통계가 근거다.
 AI 시대에 독서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고 독서를 내치기로 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독서 소멸'에 맞서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방법은 결국 독자 발굴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입시·취업 등에 치여 등 돌렸던 비애독자의 마음을 돌려 놓아야 한다. 독서교육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대입에서 놓여난 20대 청년 시기가 비애독자→독자 전환의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독서의 즐거움을 스스로 깨치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고려대 국어교육과 이순영 교수는 이런 문제의 전문가다. 이 교수는 "문체부와 교육부로 나뉘어 있는 독서 진흥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정책을 추진하는 별도의 독립 기구 설립이 시급하다"고 했다. 교육부 관할인 초·중·고에서 시행하는 한 학기 한 책 읽기 프로그램에 따라 억지로라도 독서의 재미를 맛본 아이들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면 스스로 책을 읽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 바깥의 지역 도서관과 연계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지역의 공공도서관은 문체부 소관인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두 기관 사이에 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문체부는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5년마다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 내년에 4차 기본계획을 확정, 공표해야 한다. 내년 계획에서 별도의 독서 진흥 기구 설립을 제안하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