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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조선인 넋 위로”…납골당 기증한 일본 스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일제강점기 때 강제동원된 조선인 무연고 피해자를 위한 납골당을 기증한 나카지마 스님(왼쪽)과 이를 도운 해운 스님. 김현예 특파원

일제강점기 때 강제동원된 조선인 무연고 피해자를 위한 납골당을 기증한 나카지마 스님(왼쪽)과 이를 도운 해운 스님. 김현예 특파원

일제강점기 때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끌려와 생을 마감하고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한 일본인 승려가 납골당을 기증했다. 지난 27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재일본대한민국 가나가와민단 건물에서 일본 세이타이지(清泰寺) 나카지마 야스요시(中島泰義·79) 주지 스님을 만났다. 그는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 보문사 해운 스님에게 자신이 소유한 도치기(栃木)현에 있는 납골당을 선뜻 기증했다.

이 납골당은 도치기현에 있는 납골공원인 미카모메모리얼 파크의 한 구역으로, 약 200기의 유골함을 안치할 수 있다. 기증서에 그는 “한반도에서 일본에 강제연행된 사람들, 그 자손의 유골을 봉안하도록 권리를 이양한다”라고 적었다. 나카지마 스님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한·일 간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강제동원 조선인 무연고자 유골 봉환 문제에 귀 기울이게 됐다”며 “양국 젊은이들과 미래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무연고자 봉환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는 해운 스님이었다. 한·일 정부가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문제에 나선 건 지난 2004년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강제동원된 민간 징용자 유골 봉환을 희망한다”고 밝혔고, 고이즈미 총리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답했다. 봉환 협의의 시작이자 양국 최초의 합의였다.

이후 양국은 ‘한·일유골협의체’를 만들었고, 일본은 실태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일본 사찰, 납골당 340여 곳에 약 2800위의 민간 징용자의 무연고 유골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봉환 사업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엔 사실상 진전이 없었다.

양국 정부가 멈춘 일을, 두 스님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해운 스님은 “나카지마 스님의 기증으로 계기가 마련된 만큼, 일본의 시민단체나 협회들과 협력해 일본 전역에 흩어져있는 무연고자 유골과 위패를 모시겠다”고 했다. 나카지마 스님은 “필요하다면 납골당을 더 기증하고 토지도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해운 스님은 “아픈 역사를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라면서 “우리가 바라는 건 젊은이들이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카지마 스님도 “한·일 젊은 세대가 우리의 이런 마음을 이어받아 서로 미워하지 않고 화합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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