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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투자 꼬드긴 미모의 여성 정체…알고보니 '현대판 노예'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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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의 사기꾼 ‘제시카’는 뉴욕에서의 호화로운 생활 찍은 자신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CNN 캡처

CY의 사기꾼 ‘제시카’는 뉴욕에서의 호화로운 생활 찍은 자신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CNN 캡처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현대판 노예제를 운영하며 미국 등 전 세계 사람들의 돈을 가로채는 중국 범죄 조직의 사기 실태를 CNN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 만난 젊은 여성은 알고보니 암호화폐 사기 행각을 벌인 중국 범죄단이었고, 피해자를 속인 사기꾼은 젊은 여성이 아니라 인신매매돼 수용소에 갇힌 현대판 노예들이었다.

유엔과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이들 범죄 조직은 내전 등으로 불안정한 동남아시아 상황을 악용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범죄 산업을 구축했다. 이들 범죄 조직은 젊은 여성을 가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몇 주간 친해진 다음 가짜 암호화폐 플랫폼에 투자하도록 꼬드겼다. 처음엔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며 계속 돈을 투자하도록 종용했다. 이처럼 피해자를 속이는 과정이 도축 전 돼지의 살을 천천히 찌우는 것과 닮은 까닭에 이런 범죄 수법은 ‘돼지 도축 사기’라고 불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50대 남성 CY(54)는 지난 2021년 10월 미모의 중국계 여성으로부터 왓츠앱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제시카’로 소개한 이 여성은 CY를 만난 적이 있다며 친한 척을 했고, 그는 이 여성을 만난 기억이 없었지만 채팅을 이어가며 친분을 쌓아갔다. 뉴욕에서 호화생활을 하는 장면을 찍은 자신의 사진을 공유한 제시카는 CY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제시카의 권유를 받아들여 암호화폐에 투자한 CY의 초기 수익은 놀라웠다. CY는 자신이 암호화폐로 수십만달러를 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CY의 암호화폐 계정이 잠기고 백만달러 이상이 사라졌다. 이는 중국 범죄조직단이 인신매매를 동원해 벌이는 금융사기 수법 중 하나다.

미모의 중국계 여성처럼 피해자를 속인 사기꾼은 대부분 인신매매 피해자들이다. 중국 범죄단은 미얀마 동부 등지에 거대한 건물을 지어놓고 ‘일자리를 주겠다’는 말로 수천명을 꼬드겨 이곳에 가뒀다. 범죄단은 그 후 이들에게 암호화폐로 수백만 달러를 훔치도록 윽박지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유엔은 미얀마 전역에 12만명, 캄보디아 등 다른 지역에 10만명이 갇혀 사기 행각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피해자 70~80% 가짜 사랑에 빠져”
인도 출신의 라케시(가명·33)도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화학 엔지니어였던 그는 IT 기업에서 사무직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지난해 12월 태국 방콕에 왔다. 그러나 공항에서 그를 태운 운전기사는 방콕의 사무실 대신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 매솟시로 데려갔다. 3m 담장과 감시탑이 있는 미얀마 내 건물로 끌려간 그는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여권을 압수당하고 전문 사기꾼이 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당했다.

라케시는 하루에 16시간씩 잠재적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들의 신뢰를 얻으려 했다. 그의 임무는 미국인, 영국인, 브라질인, 멕시코인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 계속 이들과 연락하는 것이었다. 라케시는 “(잠재적 피해자의) 70~80%는 가짜 사랑에 빠진다”고 전했다. 충분한 수의 피해자를 속이지 못한 사람은 스쾃이나 팔굽혀펴기 수백회 등의 처벌을 받거나 전기 막대기로 맞기도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FBI에 따르면 이 같은 조직적 사기 범죄 규모는 2020년 9억7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였더가 올해 들어서는 11월까지 29억 달러(약 3조7000억원)로 3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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