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소득이 적은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비취약차주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취약차주의 연체율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가계대출 취약차주(저소득ㆍ저신용ㆍ3개 이상 대출 보유자)의 연체율은 8.86%로 비취약차주(0.35%)에 비해 크게 높다. 지난해 2분기 5.93%이던 취약차주 연체율은 꾸준히 상승해 1년 3개월새 3%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소득은 적고 신용이 낮아서 이자 부담이 크다보니 연체율도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취약차주의 이자부담비율(연간 이자지급액/연간 소득)은 20.7%로 비취약차주(11.8%)의 2배 이상이다. 한은은 이자부담비율은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전체 대출자 중 취약차주 비중이 3분기 기준 5.2%(잔액 기준)로 크지 않아 아직은 연체율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의 또 다른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 대출도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3분기 기준 1.24%로 2022년말(0.69%) 대비 0.5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전체 자영업자 대출 중 연체차주들이 보유한 대출 비중은 3분기 2.47%로, 전년말(1.35%) 대비 1.13%포인트 증가했다. 현재 일부 대출을 연체중인 자영업 대출자가 향후 보유 대출을 모두 연체할 경우 연체율이 2%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의미다.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52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가계신용(가계대출+신용카드 등 외상거래) 규모 역시 3분기 기준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고금리에 줄어들던 가계대출이 올해 4월~10월까지 월 평균 3조7000원씩 증가한 영향이다. 한은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주택 구입 자금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자금용도별 신규취급 가계대출(국내은행 기준) 비중을 보면, 1∼3월 41.3%였던 주택구입 용도 비중이 4∼10월 46.9%로 늘었다.
문제는 이러한 빚 부담이 소비 제약으로 이어져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제약 임계치(45.9%)를 초과하는 가계대출 차주의 비중은 지난해 말 6.1%에서 올해 2분기 말 6.3%로 0.2%포인트 증가했다. 소득이 낮은 차주일수록 소비 제약에 미치는 영향(저소득 +0.5%포인트, 중소득 +0.4%포인트, 고소득 +0.1%포인트)도 커진다. 3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 추정치는 101.4%다. 한은은 이 비율을 점진적으로 80% 이하로 낮춰야 경제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