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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가계부채도 '노란불'…"정책대출·금리인하에 대출 수요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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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감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 한국은행

가계대출 증감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27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가계부채 잡기에 나섰지만, 내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사그라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가 내리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 정책대출 자금이 풀리는 영향이다.

정부는 내년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과 20~30조 규모의 청년 주택 드림 대출 등 정책금융을 내놓는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출산 무주택 가구 가운데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주택 가액 9억원 이하 요건을 갖추면 최저 1.6%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사이에선 우려의 시선이 감지된다. 정부가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대출이 집값을 자극하고 가계부채를 키울 수 있어서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조7000억원 늘었는데 특례보금자리론과 버팀목‧디딤돌 대출 같은 정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특히 44조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제한이나 DSR 규제 없이 연4%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정책대출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부채가 2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서자, 한은은 지난 9월 "정책모기지 공급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에도 한 금융통화위원은 “내년 신생아 특례대출 등이 새롭게 시행되면서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은행의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의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내년 중 기준금리가 인하될 거란 기대도 대출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그간 고금리에 얼어 있던 부동산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어서다. 이미 대출금리는 주요국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를 반영해 내림세를 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이 새로 취급한 주담대 금리는 연 4.48%로 10월에 비해 0.08%포인트 내렸다. 5월 이후 6개월만에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전 세계 시장금리 지표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 금리 하락이 한국의 국고채‧은행채‧대출금리에 연쇄적으로 반영된 영향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말 기준 100.2%를 기록하고 있다. 적정 비율(85%)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한국 가계부채 절반 이상을 주담대가 차지하는 만큼 주택 시장 안정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은은 지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현재 주택가격은 소득과 괴리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기초 경제여건 등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고평가됐다"며 "집값 상승 심리를 꺾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이 향후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를 조기에 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공급이 줄어들면 전세자금 대출이 늘고 집값 상승 기대도 다시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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