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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사죄 담화' 발표했던 日고노 "당시 총리도 강제성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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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위안부 동원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고노 담화'를 1993년 발표했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86) 전 중의원(하원) 의장이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宮沢喜一) 총리도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있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27일 일본 중의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역대 중의원 의장 구술 기록에서다.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 사진 일본 중의원 홈페이지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 사진 일본 중의원 홈페이지

고노 전 의장은 구술 기록 작성을 위한 인터뷰에서 "심증으로는 분명히 (위안부 모집 등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으로 미야자와 당시 총리도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강제가 있었다고 (인정)해도 좋다고 보게 됐다"고 말했다. 담화를 내기 전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에 가서 과거 위안부들을 대상으로 청취 조사를 했으며 이를 일부 사람들이 "엉터리"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증언 내용을 봤을 때 강제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부 강제 연행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데려왔다거나 끌고 오라고 지시했다는 군 자료는 남아 있지 않지만, 군이 그런 공문서를 남길 리 없다"며 전쟁이 끝난 직후 군 자료를 모두 태웠다는 진술도 있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에서 2022년 6월까지 총 31회 실시된 이번 인터뷰는 일본 중의원이 역대 의장과 부의장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구술 기록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고노 전 의장은 내각 관방장관, 외무상 등을 역임하고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중의원 의장을 지냈다.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의 부친이기도 하다.

고노 전 의장은 관방장관을 맡고 있던 1993년 8월 4일 발표한 담화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군의 관여 아래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인정했다. 이어 "많은 고통을 겪고 몸과 마음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당시 관방장관 회견에서 기자가 강제 연행에 관한 인식을 묻자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해도 좋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구술에서 자신이 담화를 발표하던 당시 미야자와 총리의 승낙을 얻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고노 담화가 각의(국무회의) 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내각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각의 견해에 반박했다. 이어 "관방장관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했다면 그것은 내각의 의사로서 관방장관이 말하는 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1995년 8월 15일에 발표한 담화와 달리 각의(국무회의) 결정 절차는 없었지만, 오히려 고노 담화가 있었기 때문에 무라야마 내각이 신중히 각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아시아 사람들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끼쳤고, 이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이어 "(고노) 담화가 한국을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태평양 전쟁 당시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에도 위안부는 있었고 고노 담화는 이들 위안부 문제 전체에 대한 담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사회 우경화와 함께 고노 담화의 의미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역대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원칙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올해 고노 담화 30주년을 맞아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관방장관은 지난 8월 3일 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정부의 기본적 방침은 1993년 8월 4일 내각 관방장관 담화를 계승한다는 것"이라며 "기시다 내각도 변경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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