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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폭우 때 맨홀 추락사…法 "서초구, 남매 유족에 16억 배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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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맨홀에 빠져 실종된 서초구의 남매를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해 8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맨홀에 빠져 실종된 서초구의 남매를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맨홀에 빠져 사망한 남매의 유족이 구청으로부터 16억여원을 배상받게 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 허준서)는 남매 A·B씨의 유족이 서초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6억47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맨홀 설치·관리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당 도로의 관리청인 서초구는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8월 8일 폭우가 쏟아지던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도로를 건너다가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숨졌다. 이들은 차를 타고 가던 중에 폭우로 시동이 꺼지자 내려서 대피했다가 비가 잦아든 후 이동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사고 장소 일대는 낮은 지대와 항아리 지형 등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됐고, 하수도에서 빗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서초구는 원칙적으로 맨홀 뚜껑이 항상 닫혀 있도록 관리해 차량 등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초구 측은 “맨홀 뚜껑이 열렸던 것은 ‘기록적 폭우’라는 천재지변 때문으로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장소가 낮은 지대와 항아리 지형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하수에도 빗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열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에 비가 더 적게 내렸을 때도 맨홀 뚜껑이 열렸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들은 사고 당시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도로에 빗물이 가득 차 있었던 만큼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너야 했다”며 A씨와 B씨의 과실을 20%, 서초구의 책임을 80%로 판단해 배상액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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