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한 직원의 모친상 장례식장에서 소주병을 들고 직원들을 위협하는 순정축협 조합장. 사진 JTBC캡처
직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해 논란이 된 순정축협에 대해 노동당국이 근로감독한 결과, 조합장의 각종 횡포를 비롯한 위법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순정축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폭행,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부당노동행위 등 총 18건의 노동관계법 위반과 2억600만원의 체불임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언론을 통해 전북 순창 순정축협의 조합장이 신발로 직원들을 때리고 사표를 강요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자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바 있다.
감독에서 드러난 조합장의 횡포는 보도된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조합장 A씨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직원을 장례식장에서 세 차례 폭행했다. 또 한우명품관의 식탁 의자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다며 신발을 벗어 직원 2명을 4∼5차례 때렸다.
아울러 다수의 직원에게 "니가 사표 안 내면 시X 내가 가만 안 둘 판이야" "나 보통 X 아니야" 등의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며 사표를 강요했다. 노래방에서 술병을 깨며 사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 직원들이 정당하게 받아 간 시간 외 수당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남성 직원과 악수한 후 수차례 손등을 문질러 성적 굴욕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노조에 가입한 직원에게는 "새X야" "니가 내 등에 칼을 꽂아" 등의 욕설과 협박을 하며 노조 탈퇴를 종용한 부당노동행위도 드러났다.
중소금융기관 직장갑질아웃 대책위원회 호남권모임과 전국협동조합노조 호남지역본부 등이 지난 10월 5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에 대한 폭행과 괴롭힘 의혹이 제기된 순창 순정축협 조합장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정축협은 연장근로수당과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등 총 2억600만원의 임금도 체불했다. 정해진 근무표를 사업장 여건에 따라 즉흥적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500회에 걸쳐 연장근로 한도도 위반했다.
노동부는 이번에 적발된 내용 외에도 순정축협 조직 전반엔 불법·불합리한 문화가 만연해 있었다고 전했다.
근로감독 과정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익명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69%가 지난 6개월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 21%는 1주에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에서 확인된 위법사항에 대해 형사 입건 9건, 과태료 부과 8건(총 1억5200만원), 가해자 징계 요구 2건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관계부처와 농협중앙회 측에 해당 조합장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징계와 근본적 조직문화 혁신 노력을 요청했다.
이정식 노동장관은 "법을 무시한 사용자의 불법적 전횡으로 많은 근로자가 고통받고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한 사례"라며 "향후에도 이와 같은 불법에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