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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썩은 대게' 실화였다…신뢰 무너지는 전통시장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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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공부하는 고등학생 아들을 둔 A씨는 지난 23일 아들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사 온 대게 다리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게를 담은 봉지에선 악취가 났고, 대게 다리는 곳곳에 곰팡이가 핀 듯 거뭇거뭇하게 상해 있었다. A씨는 관련 사진을 공개하며 “어른들의 상술에 아이가 안 좋은 기억을 갖게 됐다”고 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A씨가 한 고등학생에게 판매했다는 변질된 대게 다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A씨가 한 고등학생에게 판매했다는 변질된 대게 다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노량진수산시장을 운영·관리하는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 지난 25일 변질된 대게 다리 1만5000원 어치를 판매한 상인 B씨를 찾았다. 노량진수협과 상인들에 따르면 상인 B씨도 문제의 대게 다리를 판매한 사실을 인정했다. 얼음을 넣어 대게 다리를 보관·유통하지 않아 상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과와 환불 의사도 밝혔다고 한다. 수협 측은 상인징계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했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상점의 영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상인회장은 “상인회 차원에서 해당 학생과 부모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극히 일부 상인들의 구태의연한 영업으로 시장 전체가 매도 당할까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협 측은 “소비자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경매단계에서부터 선도 저하 수산물에 대한 경매를 제한하고 시장 상인회와 공동으로 안전한 먹거리 제공 서약 운동 등 자정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시장의 소비자 민원 논란은 노량진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구입했으나 집에와 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꽃게 바꿔치기’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 광장시장에서도 ‘바가지’ 논란이 있었다. 한 여행 유튜버가 지난달 광장시장을 찾아 1만5000원 짜리 모둠전 한 접시를 시켰는데, 성인 한 입 크기의 전 여덟 조각이 나와 가격에 비해 부실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들 두 시장은 상인회 차원에서 결의대회까지 열며 각종 대책을 내놨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전통시장을 향한 소비자 반응도 싸늘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지난달 29일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 동네상권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했다는 답변은 각각 29.1%, 24.5%였다. 향후 방문 의향은 지난해 70.4%에서 올해 57.4%로 하락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C씨는 “코로나19로 수년간 영업이 어려워 한두푼이 아쉽다보니 눈앞의 이익만 생각한 일부 상인들의 일탈로 벌어진 일 아니겠나”라며 안타까워 했다.

지난 6월 14일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상인들이 자정대회를 열고 신뢰 회복을 약속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4일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상인들이 자정대회를 열고 신뢰 회복을 약속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재래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선진 경영기법이나 신선도 관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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