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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만 타면 지각…"노선 너무 길어, 구간 쪼개기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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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슈현장]

경의중앙선은 상습적인 지연 운행 탓에 불만이 크다. 뉴시스

경의중앙선은 상습적인 지연 운행 탓에 불만이 크다. 뉴시스

 “전철이 이렇게 늦게 올 수 있다는 거 처음 경험했다.”

 “경의중앙선은 항상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 같다.”

 “경의중앙선 지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경의중앙선 전철의 상습적인 지연에 대한 이 같은 불만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지연이 심각할 땐 열차를 20분 훌쩍 넘게 기다렸다는 경험담들도 적지 않다. 출퇴근 시간대에 거의 2분 간격으로 오가는 서울지하철 2호선과 비교하면 10편성이 지나갈 시간이다.

 이처럼 경의중앙선이 짜증 나는 지각대장이 된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27일 코레일에 따르면 경의중앙선은 문산역에서 용산역과 청량리역 등을 거쳐 지평역까지 122.3㎞를 운행하는 노선이다. 노선도엔 임진강역도 표시돼 있지만, 문산역에 내려서 별도의 열차를 갈아 타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노선에는 포함하지 않는다.

경의중앙선 노선도. 자료 코레일

경의중앙선 노선도. 자료 코레일

 당초 경의중앙선은 경의선과 중앙선으로 분리돼 운행하다가 지난 2014년 12월 27일 용산선 공덕~용산 구간이 개통하면서 하나로 통합돼 직결운행을 시작했다. 직결하면 중간에 갈아타는 불편 없이 보다 먼 거리를 한 번에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경의중앙선은 직결 이후 장점 보다는 고질적인 지연운행이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코레일은 경의중앙선 지연의 원인으로 중앙선 구간에 많은 열차가 몰리는 상황을 꼽고 있다. 중앙선 구간에는 강릉과 안동 등을 오가는 KTX-이음을 비롯해 ITX-새마을, ITX-청춘, 누리로 등 간선열차와 분당선 전철, 화물열차 등이 빈번하게 운행한다.

 코레일의 박병남 차장은 “특히 용산역~청량리역 구간과 청량리역~망우역 구간은 각기 다른 속도의 열차가 5분당 1회꼴로 운행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대 전철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그 영향으로 어느 한 열차가 늦어지면 후속 열차들이 연쇄 지연되는 탓에 경의중앙선 전철도 그 영향으로 지각 운행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의중앙선 전철은 KTX-이음이나 ITX-새마을 등 상위열차가 먼저 통과하도록 선로를 양보하고 대피선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잦기 때문에 그만큼 운행시간이 늦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중앙선 구간에서 전철이 지체되면 이어지는 경의선까지 줄줄이 지연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경의선 구간에도 고양차량기지를 오가는 KTX와 대곡역을 거쳐 일산으로 가는 서해선 전철이 다니기는 하지만 중앙선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경의중앙선 전철. 연합뉴스

코레일이 운영하는 경의중앙선 전철. 연합뉴스

 코레일도 이러한 지연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코레일 광역철도본부와 관제센터, 승무사업소 등 전철운행을 담당하는 관계자 20여 명이 모여 ’수도권전철 지연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경의중앙선과 국철 1호선의 열차 지연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놓고 집중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승객이 상대적으로 많이 타는 도심부 노선과 승객이 적은 외곽노선을 끊어서 빈도가 다르게 운행하는 방안 등도 제안됐다. 쉽게 말하면 전 구간을 한꺼번에 다니는 대신 운행노선을 나눠서 승객이 몰리는 구간과 아닌 구간의 열차 운행빈도를 달리하자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 관계자는 “운행구간을 나누게 되면 특정지역에서 지연이 생기더라도 다른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는 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줄줄이 지연사태가 벌어지는 걸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제안에 대해서 결론이 난 건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려해볼 만한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철도운영전문가인 민영광 전 코레일 본부장은 “경의중앙선은 운행 노선이 너무 길다는 게 우선 문제”라며 “이에 따른 상습·연쇄지연을 풀기 위해선 문산~서울역, 문산~용산역, 청량리역~용문역(지평역) 등 운행구간을 나누는 대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강릉선과 중앙선을 운행하는 준고속열차인 KTX-이음. 연합뉴스

강릉선과 중앙선을 운행하는 준고속열차인 KTX-이음. 연합뉴스

 반면 운행구간을 나누면 환승에 따른 승객 불만이 더 커지고, 열차 방향을 바꾸는 데 필요한 회차시설 설치 등의 문제가 생길 거란 지적도 나온다. 이장호 한국교통대 철도인프라공학과 교수는 “운행구간 분리가 가능하려면 열차운행이 종료되는 지점에 회차시설이 있어야만 하는데 이게 없다면 실행하기 어렵다”며 “운행구간이 나뉘면 불가피하게 동일 노선 내에서 환승을 해야 해 승객 불만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현재로썬 지연발생 구간의 선로용량을 늘리는 사업이 필요하다”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이 개통하면 중앙선과 강릉선 열차가 선로를 같이 쓰도록(선로 공유) 해 중앙선 선로의 용량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수서~광주(경기도) 복선전철 사업이 완료되면 강릉선·중앙선 KTX의 수서 출발이 가능해져 청량리역 출발열차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국토부는 GTX-B노선 사업에 중앙선 용산~망우 2복선화 사업이 포함돼 있으며, 중앙선·강릉선 열차의 GTX-B노선 공용으로 기존 지상선로 용량확보와 운행차량 증편 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도 “중앙선·강릉선 열차를 GTX-B노선으로 옮겨서 다니게 하는 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중앙선의 교통량이 분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GTX-B나 수서~광주 복선전철의 완공시기가 빨라야 2030년으로 아직 7년 넘게 남았다는 점이다. GTX 개통 등에 따른 선로용량 증대만 기다리기엔 승객 불편이 상당기간 이어질 거란 의미다. 가능한 선에서 중단기적으로 불편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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