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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재건축 착수 완화 나섰지만 더 시급한 건 “사업성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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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중랑구의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에서 열린 지역주민들과의 도심 주택공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중랑구의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에서 열린 지역주민들과의 도심 주택공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재개발·재건축 착수 기준을 ‘위험성’에서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밝히면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준공 30년이 지나면 안전진단 이전에 조합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업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서울 시내 노후 아파트의 6할 이상이 사업성 기준(용적률 180% 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부동산 거래 플랫폼 다윈중개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30년 이상(1993년 이전 준공) 된 아파트 635개 단지(41만2195가구) 가운데 326곳(51.3%·24만82가구)의 용적률이 200% 이상이었다. 통상 부동산 업계에서는 용적률이 180% 이하여야 사업성이 확보된다고 판단한다. 용적률 180% 초과 단지는 401곳(63.1%)으로 집계됐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말하는데, 재건축 사업에서 용적률은 곧 ‘돈’으로 통한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더 높은 건물과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어서다. 서울시는 2종 일반주거지역 200%, 3종 일반주거지역 250%로 용적률 상한을 두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재건축의 경우 용적률이 높은 단지일수록 조합원의 분담금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용적률 204%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의 경우 전용면적 76㎡(약 30평) 소유주 기준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분담금은 ▶84㎡ 3억1600만원 ▶91㎡ 4억8200만원 ▶99㎡ 7억600만원으로 추정됐다.

용적률 상한을 높일 경우 분담금은 줄어든다. 한 정비 업계 관계자는 “용적률이 높은 서울 노후 단지의 경우 분담금이 수억원 이상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재건축 이후 가치 향상이 기대되는 강남권 일부 대단지를 제외하면 높은 분담금 때문에 재건축을 망설이는 사례가 잦다”고 전했다.

용적률 완화 효과 (은마 시뮬레이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업계 종합]

용적률 완화 효과 (은마 시뮬레이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업계 종합]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치솟는 것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떨어뜨린다. 최근 시공사(대우건설)를 선정한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의 경우 3.3㎡(평)당 공사비가 107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4년 전만 해도 평당 공사비가 500만원 이하였지만, 최근엔 700만~800만원대가 일반적이다.

이렇듯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시공사 선정부터 난항을 겪는 사례가 늘었다. 노량진1구역의 경우 조합이 평당 공사비를 730만원으로 제시했는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건설사들이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올해(17일 기준) 16조5400억원으로 지난해 40조3050억원에서 60%가량 줄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전문가들은 안전진단 등 초기 규제 완화와 함께 용적률 상향, 심의 간소화 등 인센티브 제공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초 구조 안전성 비중(50→30%)을 낮추는 등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한 이후 노후 단지들이 대거 재건축을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65건에 불과했던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올해 160여 건으로 급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결국 사업성이 뒷받침되는 곳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반시설이 양호한 서울에는 과거 1기 신도시 특별법에서 제시한 용적률 수준(400~500%)을 적용하는 등 일정 부분 고밀도 개발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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