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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숙소 되겠다"…2억 들인 첨단 버스정류장, 제 몫 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오전 출근 시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 버스정류장에 만들어진 버스쉼터에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민주 기자

26일 오전 출근 시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 버스정류장에 만들어진 버스쉼터에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민주 기자

냉·난방은 물론 휴대전화 충전·공기청정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버스 정류장 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시민 불편을 덜어주는 필요한 시설" "과잉 서비스"등으로 반응이 엇갈린다.

부산 버스쉼터, 내부 온도 20도 
26일 오전 8시20분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롯데백화점)역 버스정류장. 시민 수십명이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각 기온은 영하 2도였지만,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5도까지 떨어졌다.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은 체온을 뺏기지 않으려 팔짱을 끼거나 발을 구르며 연신 버스도착정보 알림판을 흘끗거렸다.

26일 오전 출근 시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 버스정류장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옆에 부산시가 조성한 버스쉼터가 있지만, 대부분 시민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쉼터 바깥에서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렸다. 김민주 기자

26일 오전 출근 시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 버스정류장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옆에 부산시가 조성한 버스쉼터가 있지만, 대부분 시민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쉼터 바깥에서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렸다. 김민주 기자

정류장 바로 옆에는 부산시가 만든 버스 쉼터가 있다. 2억원을 들여 가로 2m, 세로 4m 크기로 만든 쉼터는 지난 23일 문을 열었다. 평일 기준으로는 이날이 첫 가동일이다. 난방 시설까지 갖춘 쉼터 내부는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유지돼 따뜻했다. 6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휴대전화 충전용 콘센트 4개 등 편의시설도 눈길을 끌었다. 출입구 두 곳 중 한 곳은 폭이 1.5m가량으로 넓었고, 문 앞에 의자를 두지 않고 비워 장애인 전동휠체어 등이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방이 통유리로 돼 있고 대형 알림판과 음성 안내를 통해 쉼터 내부에서도 버스 도착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26일 오전 출근 시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 버스정류장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옆에 부산시가 조성한 버스쉼터가 있지만, 대부분 시민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쉼터 바깥에서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렸다. 김민주 기자

26일 오전 출근 시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 버스정류장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옆에 부산시가 조성한 버스쉼터가 있지만, 대부분 시민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쉼터 바깥에서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렸다. 김민주 기자

부산시는 서면 이외에도 해운대 센텀시티에 이 같은 버스 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환승객 숫자와 접근성 등을 고려해 쉼터 설치 장소를 정했다. 쉼터 두 곳을 설치하는 덴 4억원가량 예산이 들었다. 다만 전기요금 등 관리는 쉼터 벽면 등을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민간업체가 도맡기로 해 추가 운영비는 들지 않는다. 부산시 관계자는 “오후 11시 이후 막차가 끊기면 쉼터도 문을 닫았다가 다음 날 오전 5시쯤 첫차에 맞춰 가동을 재개한다”고 했다.

일부 시민 "바람 막는 시설로도 충분한데" 
이 정류장은 지리적으로 부산 중심에 자리해 버스ㆍ지하철 등 환승객만 하루 수만 명이 이용한다. 쉼터를 이용해본 시민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개금동에서 부산역 쪽으로 출근하기 위해 67번 버스 환승을 기다리던 정모(여ㆍ59)씨는 “따뜻한 안쪽에서 기다리면서 내부에서도 카메라를 통해 버스 도착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에도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노인이나 아이들에게 좋은 시설이다”고 했다.

26일 부산 서면역 버스정류장 인근에 설치뒨 버스쉼터. 버스 도착 안내 정보판과 의자, 충전 및 냉난방 시설 등을 갖춰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김민주 기자

26일 부산 서면역 버스정류장 인근에 설치뒨 버스쉼터. 버스 도착 안내 정보판과 의자, 충전 및 냉난방 시설 등을 갖춰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김민주 기자

친구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21)씨는 “의자와 콘센트가 있어 급할 땐 이곳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하기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위에 후드를 뒤집어쓴 채 버스를 기다리다 뒤늦게 쉼터로 들어온 중년 여성은 “버스를 기다릴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인 줄 몰랐다. 간단한 안내라도 적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일부 시민은 “바람을 막는 시설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며 “세금을 쓸 데 없는 곳에 쓴다”고 했다. 또다른 이용자는 “밤 되면 노숙인들 숙소 되겠다”며 치안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내부에 CC(폐쇄회로)TV가 설치돼 있고, 음성 안내 등을 통해 노숙인 이용이나 범죄 가능성을 막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초창기여서 이용자가 많지 않지만, 자치구 등을 통해 시민에게 알리면 금세 이용자가 늘 것”이라며 “시민 호응이 있으면 다른 지역에도 버스 쉼터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중구 약수역 버스정류소에 스마트쉼터가 설치됐다. 뉴스1

서울 중구 약수역 버스정류소에 스마트쉼터가 설치됐다. 뉴스1

서울 중구 등도 스마트 쉼터 만들어 
이런 가운데 서울 중구는 지난 21일 약수역 7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 스마트쉼터를 열었다. 중구는 내년 2월까지 스마트쉼터 20곳을 더 설치할 계획이다. 스마트쉼터에는 교통정보와 구 정책 정보를 확인하고 휴대전화 무선 충전과 공공와이파이도 쓸 수 있다. 위험 요소를 감지하는 지능형 폐쇄회로(CC)TV와 보안·원격관제 시스템도 갖췄다. 또 경기 용인시는 기다리던 버스가 무정차로 통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승차벨’을 정류장 6곳에 설치했다. 승객은 정류장 승차벨(태블릿PC 형태) 화면에 탑승할 버스 번호를 누르면 해당 버스 운전기사에게 전달된다. 충북 증편군도 송산리 하나로마트 맞은편에 냉난방기, 버스정보 시스템(BIS), 공공와이파이, 냉온열 벤치, 휴대전화 무선충전기 등을 갖춘 ‘스마트 버스 정류장’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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