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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폭력·성희롱 2600건…여가부 현장점검은 고작 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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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 여가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 여가부

최근 2년간 정부 부처와 일선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2600건이 넘는 성폭력·성희롱 사건 중 여성가족부가 관련 법에 따라 현장 점검에 나선 경우는 50여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공공기관 1만8000여곳에서 발생한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을 더한 건수는 2620건이다.

기관별 사건 건수를 보면 각급 학교가 2084건, 국가기관이 174건, 공직유관단체가 237건, 지방자치단체 125건 등이다. 전국 초·중·고·대학교 수가 전체 공공기관의 70%(1만2475곳)에 육박하는 만큼 사건 발생에 있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여가부는 2620건 중 현장 점검을 나간 것은 전체 2%(53건)에 그쳤다. 특히 2000여건의 사건이 발생한 각급 학교에 대한 현장 점검 비율은 0.7%(15건)로 더 낮았다.

2021년 7월부터 성폭력방지법과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이 잇달아 시행된 데 따라 공공기관은 성폭력·성희롱 사건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곧바로 여가부 장관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3개월 이내 재발 방지대책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여가부는 통보받은 사건 가운데 중대하다고 판단한 건에 대해 현장 점검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정이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여가부의 현장 점검 실적이 저조한 배경으로는 인력 부족이 꼽힌다. 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현장 점검 인력은 변호사와 노무사 같은 외부 전문가와 여가부 직원 등 단 4명이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큰 국민적 관심과 다수의 피해자 발생, 미흡한 대응 탓에 반복적인 피해가 잇따르는 기관 등 자체적으로 세운 기준에 부합된 사건 가운데 피해자의 동의를 얻은 50여건에 대해 점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정된 예산 범위에서 운영되기에 모든 사건을 점검할 순 없었다"며 "증원도 힘든 상태라 앞으로도 점검단은 4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관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나면서 공공기관 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여가부의 대응은 제자리걸음"이라며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주무 부처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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