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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부실채권 비율, 5배 올랐다…약한고리 저축은행 경고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다시 주춤하면서, 금융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경기가 계속 침체하면 중소 금융사 등 일부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부동산 PF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銀, 부실 부동산 PF 대출 5배 증가

25일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간한 ‘저축은행 업계 사각지대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 47개사의 부동산 PF 관련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1.3%에서 올해 6월 말 6.5%까지 약 5배 상승했다. 이는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저축은행 47개사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부실채권(NPL)으로 부르는 고정이하여신은 연체 대출 중에서 회수가 불가능해 ‘추정 손실’로 잡거나 손실이 예상되는 ‘회수 의문’, 담보 처분을 통해 회수는 가능한 ‘고정’ 여신을 합한 것이다. 같은 기간 업종과 상관없이 전체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 폭(3.4→6.8%)은 약 2배에 그쳤다. 이를 고려하면 부동산 PF 관련 부실 대출이 훨씬 많아졌다. 부동산 PF뿐 아니라 부동산(3.2→9.6%)과 건설업(2.7→7.0%)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이 기간 급등했다. 부실채권은 아니지만, 3개월 미만 연체 대출을 의미하는 요주의이하여신비율도 부동산 PF(10.1→ 51.0%)·부동산업(24.6→ 41.2%)·건설업(23.8→ 34.3%)에서 특히 늘었다.

규모는 영세, 부동산 대출 비중은 커

이들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부실화가 심화할 경우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는 ‘약한 고리’로 꼽힌다. 제1금융권보다 자본력이 약한 제2금융권인 데다, 이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없는 저축은행인 만큼 규모가 더 영세해서다. 한신평 보고서에 따르면 분석 대상 저축은행 47개사 중 43개사의 자산 규모 1조원 미만이며 그중 29개사는 5000억 미만의 소형사다.

특히 이들은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다른 저축은행보다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분석 대상 저축은행 대출의 73.9%는 기업대출에 집중돼 있으며, 이중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47.6%로 가장 많았다. 특히 건설업종 대한 대출 비중은 15%로 신용등급을 보유한 저축은행(10.6%)보다 더 컸다.

이들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67.9%나 됐다. 저축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부동산 관련 여신은 총여신의 50%를, 부동산 PF는 20%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여신 비중이 45%를 상회해 감독 기준을 거의 다 채운 업체는 47개사 중 8개사였다. 부동산 PF 비중이 15%를 넘는 곳도 4개사나 됐다.

큰 지방 의존, 지역 건설사 리스크 노출

더 큰 문제는 이들 저축은행의 지방 영업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부동산 PF 관련 사업장은 대부분 사업성이 낮은 지방에 분포돼 있다. 분석 대상 저축은행은 지방 영업 의존도 커, 지역 건설사 신용 리스크 문제가 불거지면 이들이 입는 타격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들 저축은행 중 수도권에 영업구역을 확보한 17개사를 뺀 30개사는 지방에서 영업했다. 그중 28개사는 지방 단일영역에서만 영업했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최근 지방 건설업체의 폐업과 부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건전성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은행들도 부동산 관련 연체율 급증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비교적 사정이 나은 은행도 부동산 대출 관련 지표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건설업종 관련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21%에서 올해 11월에는 0.45%까지 늘었다. 아직 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상승 폭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이 기간 건설업종 대출 잔액은 15조9704억원→23조2387억원으로 46% 급증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대출 규모(11조649억→18조2404억원)는 64.8% 급증했다. 다만 연체율은 0%대로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저축은행에 비해 제1금융권의 부동산 및 부동산 PF 관련 대출 부실화는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이들의 연체율과 대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실제 한국은행의 ‘업종별 대출 집중도’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부동산업의 집중도는 3.3으로 5개 업종(부동산업·건설업·숙박음식·도소매·제조업) 가운데 가장 높았다.

금융당국 “손실 흡수 능력 강화”

부동산 PF 관련 금융사 지표가 악화일로지만, 금융당국은 관리·감독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발표한 추가 규제를 통해서 일부 우려되는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특히 제2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토지담보대출을 저축은행 부동산 PF 관련 총신용공여액(20%)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 기존 토지담보대출의 대손충당금도 부동산 PF 수준으로 적립하게 요구해 놓은 상태다. 한편,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PF 지원 펀드 중 200억원을 추가로 이용해 부동산 PF 관련 부실채권을 매입 후 재매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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