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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저체온증 사망…한랭질환, 이럴 땐 응급실 가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2일 오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두터운 외투를 입고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2일 오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두터운 외투를 입고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대부분 지역 최저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는 등 추위가 지속되면서 한랭질환자도 늘고 있다. 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인체에 피해를 주는 질환을 일컫는 말로, 저체온증·동상·동창이 대표적이다. 고령층과 어린이, 당뇨·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는 특히 추위에 취약할 수 있어 실외 활동을 자제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24일 질병관리청의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3~2024 절기 집계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전국에서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누적 110명에 달했다. 특히 기온이 전일 대비 10도 이상 급강하한 16일부터 한랭질환자도 급증했다. 1일부터 15일까지 한랭질환자 수는 하루 5명을 넘지 않았으나, 16일에는 12명으로 급증한 뒤 17일 15명으로 늘었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2도까지 내려간 21일과 22일에도 각각 15명, 10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다.

추정 사망자도 1명 나왔다. 지난 18일 강원도 영월군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90대 남성 A씨의 사인이 저체온증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한랭질환 발생 장소는 길가·산·강가 등 실외가 83건으로 대부분이었으나, A씨처럼 집에서 발생한 경우도 22건이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이 온열기에 의지한 채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뉴스1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이 온열기에 의지한 채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뉴스1

가장 대표적 한랭질환은 저체온증으로, 올해 발생한 한랭질환자 110명 중 89명이 저체온증에 해당됐다. 저체온증은 몸 속 장기나 근육의 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지는 상태로, 이렇게 되면 심장·폐·뇌 등의 주요 장기 기능이 저하돼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몸이 떨리면서 말투가 어눌해지고 기억상실, 졸림 등 의식이 저하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재희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저하로, 몸이 차가워지며 의식이 처지는 경우 빠르게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며 “병원에 오기 전까지 가능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의식이 명료할 경우 달고 따듯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의식이 없는 환자의 경우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를 마시게 해선 안 된다.

동상과 동창도 겨울철 걸리기 쉬운 한랭질환이다. 동상은 피부가 강한 추위에 얼어붙어 손상된 상태를 의미한다. 주로 코·귀·뺨이나 손가락·발가락 등에 나타나기 쉬우며, 피부색이 흰색이나 누런 회색으로 변하고 비정상적으로 단단해지면서 무감각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해당 부위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의료기관을 빠르게 찾는 게 중요하다. 동창은 0도 이상, 10도 이하의 가벼운 추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혈류 장애로 인해 피부가 가려움증 등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다. 동상처럼 피부가 얼어붙은 상태는 아니지만, 심한 경우 손상 부위에 물집이나 궤양이 생길 수 있다.

동상이나 동창은 특히 눈을 밟은 뒤 신발이 젖은 상태일 때 쉽게 생길 수 있다. 동상·동창이 의심될 때는 젖은 옷을 제거하고, 손상 부위를 따뜻한 물에 담근 뒤 건조해야 한다. 이런 응급처치 후에도 피부색이나 촉감이 돌아오지 않으면 전문의를 찾아 도움 받는 게 좋다.

추운 날씨에는 심장이나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하는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기온이 내려가면 신체는 체열을 보존하고자 혈관을 수축하는데, 이렇게 혈관이 좁아지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당뇨병·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는 큰 온도 변화에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갑작스럽게 추위에 노출되는 상황과 무리한 신체활동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파에는 과음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신체에 열이 올랐다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추위를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질병청은 “과음을 피하고 절주할 것”을 한파 관련 건강수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랭질환 예방 건강수칙. 질병관리청

한랭질환 예방 건강수칙. 질병관리청

한랭질환 예방 건강수칙.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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