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혼자 있는데 "보지마" 종이컵에 소변 본 버스기사, 처벌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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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광역버스에 오르는 승객들. [뉴스1]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광역버스에 오르는 승객들. [뉴스1]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는 A(29·여)씨는 지난달 17일 오전 8시 25분, 강남 역삼역에서 양재 베드로병원으로 향하는 3300번 시흥교통 버스를 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A씨를 뺀 모든 승객이 역삼역 인근에서 내려 버스 안에는 A씨와 70대 남성 버스 기사만 남게 됐는데, 버스기사가 “아가씨 뒤돌아보지 마”라는 말을 남긴 뒤 버스 하차장에 해당하는 위치까지 걸어가서 종이컵에 소변을 본 것이다. A씨는 버스기사가 소변을 보는 장면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뒤쪽에서 ‘졸졸졸’ 소리를 들었다. 종이컵에 담긴 소변을 밖에 버린 후 태연하게 자리로 돌아온 버스기사는 A씨에게 “아가씨 어디 살아?”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당황한 A씨가 하차할 때 즈음 정신을 가다듬고 “아저씨 방금 뒤에서 뭐하셨어요?”라고 묻자, 버스기사는 “부끄러운 짓 좀 했어”라고 답했다.

A씨는 “버스 안에 버스 기사와 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었고, 온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사건 직후 시흥시청과 경찰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시흥시 측은 “시흥교통에서 내부적으로 기사를 징계할 수는 있어도, 시흥시 차원에서 별도의 행동을 취하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다. 시흥경찰서 담당자 역시 “시흥시청에서 조치할 일이며 소변을 본 행위만으로는 강제추행이나 공연음란죄에 해당하지 않아 형사처벌은 어렵다”며 A씨를 돌려보냈다.

시흥교통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버스기사 모집이 하늘이 별 따기다 보니 70대 버스 기사가 70% 이상이다. 기사가 고령인 데다 버스 운행구간이 2~3시간 사이로 길어서 기저귀라도 차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버스 기사의 행동은 부적절했다는 점을 기사 자신도 인정해 반성문을 회사에 제출했고, 해당 기사는 기존 노선에서 배제했다”고 답했다.

버스기사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로재 법률사무소 장희진 변호사는 “A씨가 성기를 보지 않았고, 버스 기사가 ‘뒤돌아보지 말라’고 이야기까지 했기 때문에 공연음란죄 성립은 어려울 것 같다”며 “경범죄처벌법 위반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무법인 정향 이승우 변호사는 “과거 엘리베이터 안에서 음란 행위를 강제로 보게 한 사건에서 법원이 강제추행을 인정하기도 했다”면서 “쉽진 않겠지만 공중밀집장소 추행죄나 공연음란죄를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흥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경찰서를 찾아와 문의한 것은 사실이며, 법적 조치가 어렵다는 조언을 해준 것도 맞다”면서도 “A씨의 요청대로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을 적용해주었고, A씨가 만일 고소를 진행한다고 하면 공연음란죄로 사건을 접수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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