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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연말 특판 사라진 까닭…저축은행 "내년도 쉽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올 연말 저축은행들의 고금리 특판 상품 판매가 잠잠한 모습이다. 업계가 여·수신 규모를 축소하는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연합뉴스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연합뉴스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다. 지난해 같은 날(연 5.43%)보다 1.43%포인트 낮아졌다. 예금 이자가 가장 높은 3개 상품이 연 4.35%를 주고 있다. 저축은행은 그간 10월쯤부터 금리가 높은 연말 특판 상품을 내놓았다. 예·적금 만기가 몰리는 시기에 수신액을 확보하고,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상품으로 자금을 옮기는 '노마드족'을 붙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는 12개월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10월 말(연 4.13%)과 11월 말(연 4.08%)에 이어 이달까지 하락세에 있다.

시중은행과의 금리 차도 좁아졌다. 전날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금리인 연 3.5∼3.8%(만기 12개월 기준 최고금리)보다 0.2~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중소형 저축은행 중에는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매긴 경우도 있다. 사실상 신규 자금 영업을 멈췄다는 평가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약 0.8∼1%포인트 높은 금리로 고객을 유치한다.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면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안정성이 좋은 시중은행에 돈을 맡길 유인이 크다.

이는 저축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영향이다. 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저축은행업계는 1413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자 수익보다 이자 비용이 가파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1~9월 저축은행이 지출한 이자 비용은 4조480억원으로 1년 전(1조9674억원)의 2.1배로 불었다. 이자 수입은 1.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레고랜드 사태 때 고객 유치 경쟁으로 고금리 상품을 대거 판매한 점 등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에 올 연말 공격적인 특판 경쟁에 나서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연체율도 급격히 올라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3분기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연체율은 6.15%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41%)의 약 1.8배로 높아졌다. 추가 대출에 나서기에는 연체 부담이 있는 여건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는 분위기라 무리하게 자금을 확보할 이유가 없어졌다"면서 "조달 금리가 높아진 와중에 대출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연 20%) 이상으로 올릴 수 없어서 여신 규모를 줄여온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이 내년 초에도 특판 상품 판매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업계 다른 관계자는 "여·수신 모두 적극적으로 영업할 여건이 아니라서 저축은행업의 '축소기'라는 표현을 쓴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단기 상품을 유치하는 등 선제적으로 자금 계획을 실행했다. (수신 잔액을 늘리기 위해) 내년 초에 특판 상품을 내놓겠다는 움직임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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