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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반·제·바' 눈여겨볼만, 부동산은 새해에도 약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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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호 10면

2024년 재테크 전략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기상만큼 낙관적 기대가 피어오르지만, 여전히 숱한 국내외 리스크가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갑론을박도 여전하다. 선거의 해이기도 하다. 한국의 총선을 비롯해 40개국에서 대선·총선을 치른다. 그만큼 정치적 이벤트에 따른 불확실성도 증폭될 것이라는 얘기다.

새해 금리 인하에 대한 높아진 기대는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부정적 그림자도 동반하고 있다. 변화의 물결 속 자산관리의 키는 어디에 둬야할까. 수퍼리치(Super rich)의 자산을 굴리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 대표 PB(프라이빗뱅커)들은 한결같이 2024년 우선순위 투자처로 채권형 자산을 제시했다. 본지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 대표 PB 10인에게 ‘2024년 재테크 전략’을 물은 결과 10명 모두가 최우선 투자처로 채권을 꼽았다. 정원호 KB증권 강동지점장은 “자산가를 중심으로 최근 국채 투자자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40개국 총·대선, 불확실성 증폭될 듯

채권은 시중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이 올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채권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만기 보유하면 약정된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정 지점장은 “미국이 금리 인하를 했던 2018년 이후 1년간 채권 거래 수익률이 20~30%에 달했다”며 “2024년은 금리 인하가 재개되는 첫 해여서 채권의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데다 절세(매매차익 비과세) 매력도 있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연준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금리 중간값을 4.6%(4.5~4.75%)로 전망했다. 0.25%포인트씩 총 3차례 인하를 할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현수 우리은행 TCE강남센터장은 현재 투자 시점을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론’으로 설명했다. 조 지점장은 “현재는 ‘금리의 정점’인 달걀의 꼭지점을 이미 지났거나 지나고 있는 상태”라며 “금리가 내리면서 예금의 시대에서 채권의 시대로 넘어가는 국면에 있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채권 종류로는 안정성이 높은 국채와 공사채 등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가장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채권 자산으로 전문가 10명 중 7명은 국채(70%)를 꼽았다. 회사채(20%)와 은행·금융채(10%) 등에 대한 추천은 소수에 그쳤다. 이명열 한화생명 T&D팀 투자전문가는 “국채에 비해 만기 등 선택의 폭이 넓고 이자도 높은 회사채를 A등급 이상에서 선별해 투자하는 것도 수익을 높이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국고채(3년물) 수익률은 3.236%, 회사채(무보증3년) AA-등급은 3.975% 수준이다. 채권 투자지역을 다변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백혜영 하나증권 분당WM센터(하나은행 분당PB센터 통합) 차장은 “신흥국 가운데 2020년 이후 꾸준한 자본유입이 두드러지는 멕시코·브라질 채권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 주식 투자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2023년 상반기 주식시장은 기술 성장주를 중심으로 달아올랐다. 그러나 여름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증권가에선 재상승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하반기 반등의 날개가 꺾인 ‘부러진 V반등’에 그쳤다고 진단한다. 2024년은 올해보다 상승하지만, 대세 상승까지 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PB들이 예상한 내년 코스피 상단(고점)은 2800~3000선이다. 코스피 하단(저점)으로는 2200~2300선을 제시했다. 장의성 미래에셋증권 반포WM 지점장은 “2024년은 증시에 있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해”라며 “금리가 내린다는 것은 주식시장엔 긍정적 요인이나, 이번 금리 인하의 배경이 미국 경기 둔화라는 점에서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옥석 가리기’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공성율 KB국민은행 올림픽PB센터장은 “코로나 직후 유동성이 폭증하며 코스피가 3300선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새해 증시는 개별 종목 장세로 지수의 상단이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 유망 종목으로는 대다수(10명 중 9명)가 실적 장세를 이끌어갈 ‘반도체’를 첫 손에 꼽았다.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종면 하나은행 Club1 센터장은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4.6배 증가한 3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증시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값 온스당 2550달러로 상승 전망도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ongang.co.kr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ongang.co.kr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최근 글로벌 비만치료제 이슈에 따라 주요 기업인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등의 주가 급등이 나타났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은 저평가돼 있다는 진단이다. 이 센터장은 “최근 비만치료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금리가 내려 투자자금이 공급되면 그간 저평가 받아온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이 재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점을 전후로 시장의 주도주도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공성률 센터장은 “주식 시장의 무게 중심이 금리 인하 전에는 가치주, 금리 인하 후에는 성장주로 이동할 것”이라며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는 금융주와 같은 가치주가 선전한다면,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자본비용 부담에서 벗어난 2차전지·IT기업 등의 성장주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원호 지점장은 “내년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화학, 자동차 등 경기 민감주에 대한 관심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이번 설문에서 새해 유망 투자처로 부동산을 꼽은 전문가는 단 1명도 없었다. 정원호 지점장은 “2~3차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부동산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이 흘러들기는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대체 자산에 대한 기대와 평가는 엇갈렸다. 최근 금과 비트코인이 동시에 초강세를 이어가면서 수퍼랠리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과 비트코인은 달러 약세와 경기 침체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동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3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136달러로(약 282만1230원) 장을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 4개월 만에 직전 최고가를 넘어선 것이다. 일각에선 금 가격이 온스당 2400~255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6일 국내 시장에서 장중 6131만2000원을 기록했다. 새해 1억원 돌파 가능성도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가상화폐 조사책임자 제프 켄드릭은 비트코인 가격이 2024년 말까지 10만달러(1억3205만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명이 NH투자증권 성동WM센터장은 “비트코인은 내년 1분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예상됨에 따라 수급적인 측면에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공성율 센터장은 “금의 질주 전망에는 동의하지만 최근 급등으로 향후 큰 폭의 상승은 어려울 수 있다”며 “비트코인은 경기에 상관없이 움직이는 변동성이 커서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화 중에는 엔화 투자에 대한 추천이 많았다. 달러의 시대가 저물고, 엔화의 가치 상승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엔화 가치는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경 논의가 맞물리며 급등하고 있다. 올해 6월 원화당 800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는 22일 91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유경 신한은행 PWM분당센터 지점장은 “일본 금리 인상 기대 및 달러 대비 저평가로 엔화에 대한 투자는 새해에도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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