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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낙서 모방범 구속…17세 최초 낙서범은 영장 기각

중앙일보

입력

경복궁 담벼락 낙서 모방범은 구속됐지만, 최초 낙서범은 구속을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설모(28)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같은 혐의를 받는 임모(17)군에 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낙서로 훼손된 부분에서 레이저장비를 사용해 낙서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2023.12.17/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낙서로 훼손된 부분에서 레이저장비를 사용해 낙서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2023.12.17/뉴스1

법원은 임군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 사유에 대해 “사건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한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한다”면서도 “피의자는 만 17세의 소년으로 주거가 일정한 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돼 구속할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설씨는 “증거인멸 염려”라는 이유로 구속됐다.

임군은 지난 16일 오전 1시 42분쯤 경복궁 영추문 등 3개소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문구와 ‘○○○티비’ 등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낙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시인했다.

임군은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았다”며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관리자라고 말한 ‘이 팀장’이 지정한 장소에 라커 스프레이로 문구를 썼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낙서하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착수금 10만원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임군과 같이 있던 A양은 낙서에는 가담하지 않아 석방됐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 임모군(왼쪽)과 2차로 낙서한 20대 설모씨의 영장실질심사가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 임모군(왼쪽)과 2차로 낙서한 20대 설모씨의 영장실질심사가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낙서 모방범 설씨는 7일 오후 10시 20분께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설씨는 “팬심 때문이고, 홍보 목적은 아니었다”며 “문화재에 낙서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설씨는 20일 오전 2시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도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좀 치고 싶었어요.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고 적었다. 미스치프는 도발적인 작품을 발표한 미국 아티스트 그룹과 장난 짓(Mischief)을 뜻한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임군은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한 채 법정으로 향했고, 설씨는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 채 법원에 들어섰다. 한편 경찰은 임군에게 돈을 보낸 계좌를 추적해 이 팀장 검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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