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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 제재”…중국 겨냥하나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을 배경으로 발언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을 배경으로 발언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EPA=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대외 자금줄을 끊기 위해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 카드를 꺼냈다. 미 CNN·A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당국자는 22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군산 복합체와 거래하는 세컨더리 제재를 단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의 목표는 러시아의 기어에 모래를 넣는 것”이라며 “크렘린궁의 전쟁 자금 조달 능력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정부 관할권 밖의 금융기관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3국 관할권에 있는 많은 은행은 미국 금융권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러시아의 군산복합체의 접근을 차단하지 않으면 제재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면서 “금융 기관들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당국자는 또 러시아가 단기적으로는 전쟁을 수행할 자원을 갖고 있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러시아 경제를 약화하고 산업을 위축시키기 위한 장기적 목표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군산복합체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물품을 공급하거나 거래를 돕는 이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침탈하는 일에 연루된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미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 의회의 추가 예산 승인은 필수적인 조치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 의회에선 바이든 정부가 요청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상 600억 달러를 포함한 1060억 달러 상당의 예산안이 계류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로 미국은 러시아를 향해 ‘제재 폭탄’을 쏟아 부었지만, 지금까지는 러시아에 직접 군수 물자를 조달했거나 자금을 모금한 개인·단체를 제재 명단에 올려왔다. 세컨더리 제재는 미국의 달러 금융 체계를 이용하는 제3국 금융 기관이라면 누구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 제재보다 더욱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러시아에 숨통을 틔워온 중국이나 인도계 금융 기관이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중국·인도의 대형 은행들은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대출 규모를 전쟁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였지만, 여전히 일부는 거래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월 보도에서 “작년 2월 이후 약 14개월간 중국 공상은행 등 4대 은행이 러시아 금융권에 97억 달러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에 관여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일찌감치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세컨더리 제재에 해당할 가능성은 현재로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2월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올여름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두 번째 겨울’을 앞두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유럽연합(EU)의 자금 지원은 어려움을 겪지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 진영의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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