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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할 사람이 없어요" 제주 5성급 호텔도 비명,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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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롯데물산 제공

롯데월드타워. 롯데물산 제공

제주도의 한 5성급 호텔은 일반 사무직 직원까지 손님 맞이에 동원해가며 가까스로 운영하고 있다. 식음 파트 인력이 정원보다 20~30% 가량 부족한 탓이다. 1주일에 2일 오프(휴무)를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교대근무 체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해 1일 오프만 겨우 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고 한다. 이 호텔 총지배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호텔업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한데,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성까지 겹치면서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식음뿐만 아니라 객실·조리·접객 등 서비스 분야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국내외 관광객의 숙박 수요가 크게 증가했지만, 정작 호황을 맞은 호텔·콘도업계는 일손 부족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내년부터 호텔·콘도업에서도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21일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전국 객실 숙박 인원은 2019년 3232만명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2099만명으로 크게 줄었지만, 이후 2021년 3250명, 지난해 4479만명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판매 가능한 객실 대비 실제 판매 객실을 의미하는 객실이용률도 2020년 39.1%, 2021년 45.4%, 2022년 58.8%로 증가세에 있다. 정부는 내년에 외국인 관광객을 2000만명 이상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호텔업계에선 늘어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5성급 호텔 62곳의 정규직 종사자는 1만1599명으로, 1곳당 평균 187명이었다. 이는 2020년 평균(238명)과 비교해 21.4% 줄어든 수치다. 호텔업협회가 지난 6월 18개 호텔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평균 8.1%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호텔을 떠나갔던 인력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중무휴 24시간으로 운영되는 호텔업 특성상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만큼 다른 서비스업종으로 인력이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예비산업 인력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6696명이었던 전문대 관광 관련 학과 입학생은 지난해 4703명으로 2000명 가까이 감소했다. 대학생은 3751명에서 3127명으로, 대학원생은 602명에서 270명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호텔관광학과를 졸업하더라도 호텔로 오지 않으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열린 호텔업 현장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객실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는 “객실 청소를 담당하던 동료들이 퇴사하고 신규 채용이 바로 되지 않아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L7호텔 관계자도 “임금 인상, 야간 교통비 지원, 숙식 제공 등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보조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호텔업계는 외국인 인력 도입 확대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숙박업 취업이 허용되는 비자는 재외동포(F-4), 유학생(D-2), 방문취업동포(H-2) 등이다. 하지만 대부분 고령이거나 인원이 적은 탓에 실제 효용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에 최근 쿼터가 대폭 확대된 E-9 비자 외국인력을 호텔에서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유용종 호텔업협회장은 “(호텔업에 대한) 내국인 취업 기피는 이미 만성화돼 있어 외국 인력의 고용 없인 증가 추세인 관광객 숙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호텔·콘도업에 대해서도 시범사업을 거쳐 E-9 고용을 허가하는 내용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도입되는 E-9 서비스업 쿼터(1만3000명) 내에서 활용하되, 부족할 시 탄력배정분(2만명)까지 끌어오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외국인 근로자가 꼭 필요한 곳에 적절히 공급될 수 있도록 업종별 인력수급 현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해당 업종의 주무부처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고용허가제 허용업종 추가를 탄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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