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계·기업·정부부채를 더한 한국의 총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60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늘어난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이 유일했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부채를 줄여가는 세계적인 추세에 한국만 역행했다.
가계·기업·정부 빚 1년 새 227조원↑
2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말 원화 기준 비금융부문 신용은 5956조9572억원으로 집계됐다. 비금융부문 신용이란 주요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를 합산한 금액으로 한 국가의 총부채를 의미한다. 가계부채가 2218조 3851억원, 기업부채가 2703조 3842억원, 정부부채는 1035조 214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총부채는 5729조 9946억원이었다. 1년 새 총부채가 4%(226조9626억원) 늘었다. 가계부채가 소폭 감소했지만, 기업과 정부 부채가 추가로 쌓이면서다.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3분기 말에 6000조원을 돌파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분기 말 기준 자료는 내년에 공개된다.
기업 부채비율 유독 늘어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분기 말 기준 273.1%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268.2%)보다 4.9%포인트 높아졌다. 경제 규모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부채 수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국제 비교 땐 GDP 대비 부채비율을 주로 따진다. 1년 새 총부채 비율이 상승한 건 BIS가 집계하는 OECD 소속 31개국 중에 한국이 유일하다. 31개 OECD 회원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이 기간 243.5%에서 229.4%로 14%포인트 축소됐다.
그리스의 경우 지난해 2분기 303%였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올해 2분기엔 268.6%로 30%포인트 넘게 줄었다. 한국보다 가계·기업·정부의 부채가 높은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역전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영국(261.8→236.7%), 이탈리아(257.7→243.1%), 미국(262.6→252.5%) 등 선진국 대부분 총부채 비율이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경기가 부진한 영향이 기업과 정부부채 증가로 이어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지난 2분기 기업부채 비율은 123.9%로 1년 전(117.6%)보다 6.3%포인트 늘었다. 이 기간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감소하고, 정부부채 비율은 2%포인트 늘어 차이가 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부진이 실제로 나타나면서 기업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빚을 늘렸다는 해석이 나온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부채도 일정 수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