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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책임 첫 인정 "1년당 8천만원 지급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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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어린이들의 모습. 중앙포토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어린이들의 모습. 중앙포토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해 법원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 설립 때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약 32년간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21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총 20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른 손해배상금은 1인당 8000만원에서 최대 11억2000만원까지다. 총 청구 액수 203억원 가운데 70%가 넘는 145억8000만원을 인정했다.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강제 수용돼 그 기간에 고통과 또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내신 원고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부랑인 신고단속 보호 등 내무부 훈령으로 원고들을 단속하고 강제 수용을 했지만, 이 훈령은 법률유보·명확성·과잉 금지·적법절차·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적 훈령이라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강제 수용된 점도 위법한 조치"라고 말했다.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고, 그 법리에 따르면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자료 액수 산정 기준에 대해서는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원고들 상당수가 미성년자였기에 학습권이 침해당한 점, 유사한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큰 점, 불법 행위로부터 35년이나 지났지만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선고 결과가 나오자 재판정에 출석한 일부 피해자는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앞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고,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진실화해위는 1975∼1988년 수용자 중 657명이 숨진 것으로 봤다.

이번 판결은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다수의 손해배상소송 중 선고가 나온 첫 판결이다. 이에 따라 다른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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