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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환전앱' 개발해 177억 도박판…149명 검거, 고교생도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월 4일 경찰은 홀덤펍 업소를 단속해 불법도박 현장을 포착했다. 사진 인천서부경찰서

지난 10월 4일 경찰은 홀덤펍 업소를 단속해 불법도박 현장을 포착했다. 사진 인천서부경찰서

인천에 사는 홀덤펍 업주 A씨(38)는 지난 6월 소개로 만난 컴퓨터 프로그래머 B씨(30대)에게 “게임에서 딴 칩을 환전할 수 있는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홀덤펍에서 카드게임을 하는 데 사용한 칩을 오프라인으로 환전하면 단속에 걸릴 수 있으니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외국에서 유학한 B씨는 업계에선 전문 개발자로 통하던 인물. “수익의 1%을 수수료로 주겠다”는 A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B씨가 ‘OO 페이’란 온라인 환전소 앱을 만들면서 범행이 시작됐다.

21일 인천서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홀덤펍 손님들에게 카지노처럼 칩을 구매해 도박에 참여하게 했다. 이용자가 칩을 정산하면 포인트를 지급했고 ‘OO 페이’ 앱을 이용해 수수료 1%를 떼고 개인계좌로 환전할 수 있게 했다. 수수료 10∼20%를 떼고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오프라인 환전도 병행했다. 수익이 늘자 A씨는 가맹점을 늘려갔다. C씨(35), D씨(40)씨 등 수도권의 다른 홀덤펍 업주들이 참여하면서 3개월 만에 가맹 업소가 19곳으로 늘었다. 이들은 적립한 포인트를 다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제휴도 맺었다. 이중엔 폭력조직이 운영하는 업소도 있었다.

경찰은 홀덤펍 업주 A씨 등의 범죄수익 중 30억원 가량을 몰수, 추징했다. 사진 서부경찰서

경찰은 홀덤펍 업주 A씨 등의 범죄수익 중 30억원 가량을 몰수, 추징했다. 사진 서부경찰서

이들의 범행은 지난 10월 인천서부서가 홀덤펍 단속 전담팀을 꾸리면서 꼬리를 잡혔다. 지난 7월 한덕수 국무총리는 “일부 홀덤펍에서 현금이 오가는 등 변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불시 집중단속과 제보자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겠다”며 엄중 대처를 지시했고 홀덤펍 불법대응 TF(테스크포스)가 출범했다. 인천서부서도 관내 홀덤펍 업소를 대상으로 탐문을 강화하고 112신고 내역을 분석해 요주의 업소를 특정해나갔다.

경찰은 온라인 환전소를 이용하는 홀덤펍 가맹점이 늘고 있다는 첩보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했고 홀덤펍 19곳에서 일하던 업주·매니저·딜러 등 84명을 차례로 검거했다. 도박장 이용자 65명도 덜미를 잡혔는데 고등학생 4명도 포함됐다. 홀덤펍 19곳에서 오간 도박금은 약 177억원으로 파악됐다. 홀덤펍 딜러 중에는 하루 일당으로 최대 100만원을 받은 직원이 있었고 한 상습 도박자는 3개월간 5800만원을 탕진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개발자 B씨에게 수익의 1%를 수수료로 주겠다며 범행에 이용할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의뢰했다. 사진 인천서부경찰서

A씨는 개발자 B씨에게 수익의 1%를 수수료로 주겠다며 범행에 이용할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의뢰했다. 사진 인천서부경찰서

인천서부서는 도박 및 도박장소 개설 혐의로 홀덤펍 업주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매니저와 딜러, 이용자 등 146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개발자 B씨도 도박장 개설 방조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에겐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수도권 소재 홀덤펍 19곳에서 온라인 환전 앱 등을 활용해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거나 도박한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A씨 등의 범죄수익을 분석해 약 30억원가량을 몰수·추징했다.

경찰 관계자는 “홀덤펍 온라인 환전은 매장에서 직접 환전하는 방식보다 발전된 신종 수법이다. 전국에서 첫 적발 사례다”며 “다른 매장을 대상으로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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