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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성폭행' 중학생들 실형...판사, 영혼없는 반성문 질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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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녀 중학생이 나란히 실형을 받았다. 가해자 여중생은 그동안 50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영혼 없는 반성문'이라며 질타했다.

21일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학생 A양(16)에게 징역 장기 2년 8개월에 단기 2년 2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B군(16)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단기 1년을 선고했다.

A양은 지난 6월 7일 자신에 대해 험담한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C양(12)을 서귀포시 한 놀이터로 불렀다. 그는 주변 정자에서 B군을 비롯한 공범 3명과 번갈아 가며 C양을 발로 차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C양은 경찰과 부친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A양은 사흘 뒤인 6월 10일 오전 2시쯤 공범 1명과 함께 C양을 서귀포시 한 테니스장으로 데리고 가 또다시 폭행했다.

당시 A양은 "숨을 쉴 수 없다"는 C양의 호소에도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C양을 협박해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휴대전화로 알몸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B군은 지난 4월 11일과 12일 새벽 시간대 C양을 불러내 인근 공영주차장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군은 동행한 공범에게도 C양을 성폭행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은 그간 재판부에 반성문을 50여 차례 제출했다.

이를 두고 진 부장판사는 지난 8월 열린 첫 공판에서 "피해 아동 고통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고 90% 이상이 '교도소 처음 와보니 너무 무섭고, 하루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등 모두 본인 입장"이라며 "본인의 잘못을 돌아보고 자신의 범행으로 상대방이 어땠을지를 생각해 보라"고 꾸짖었다.

이날 재판부는 "범행 행위 자체가 너무나 무겁다. 아직 소년인 피고인들이 이런 범행에 이르게 된 데는 어른들의 책임도 상당히 크지만, 죄책이 너무 무거워 형사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밝히며 이같이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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