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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핵실험장서 갱도 굴착"…핵실험으로 '미래 핵무기' 개발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냉전 종식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고 미·러 간 핵군축 틀에 균열이 가는 등 ‘국제 핵레짐’이 급격히 무너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위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사막 지역에 있는 롭 누르 핵실험장의 동쪽 언덕에 숨겨진 대형 굴착 장비가 지난 2021년 8월 인공위성 촬영 사진에 포착됐다. 사진은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사막 지역에 있는 롭 누르 핵실험장의 동쪽 언덕에 숨겨진 대형 굴착 장비가 지난 2021년 8월 인공위성 촬영 사진에 포착됐다. 사진은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핵실험을 위한 비밀기지를 조용히 재건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있는 롭 누르 핵실험장에서 갱도 굴착 등 수상한 움직임이 최근 몇 년간 인공위성 촬영 사진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위성사진 판독 결과 2017년 이후 30개 이상 건물이 새로 들어서거나 개축됐으며, 핵실험장 동쪽 지역에 길이 48㎞ 이상의 새로운 비포장도로가 생겨났다. 또 과거 핵실험에 사용됐던 최소 한 곳의 갱도에서 최근 굴착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언덕에 굴착 장비를 숨겨둔 모습도 포착됐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중국 서부 사막 지대에 자리한 거대한 군사기지인 롭 누르 핵실험장은 1964년부터 45차례 핵실험을 진행한 곳이다. 냉전이 끝난 뒤에는 더는 핵실험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로 2015년 로켓군을 창설하고 전략무기 증강 및 현대화에 나서면서 중국이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그간 꾸준히 나왔다.

중국은 미국·북한·이란·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등과 함께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1996년 유엔총회 채택)에 서명만 하고 비준을 하지 않은 국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갈등이 확대된 러시아도 지난달 비준을 철회한 상황이다. 또 중국 내에선 “중국의 핵실험 횟수(45회)가 미국 (1030회), 러시아(715회), 프랑스(210회)에 비해 매우 적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번 갱도 건설 움직임이 실제 핵실험으로 이어질진 아직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 정보 당국자 사이에선 “(갱도) 건설은 분명하지만, 그 목적은 분명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964년 10월 16일 첫 번째 핵실험 성공에 환호하는 중국의 과학자들. 중앙포토

1964년 10월 16일 첫 번째 핵실험 성공에 환호하는 중국의 과학자들. 중앙포토

반면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재 400~500기 수준인 핵무기를 2035년까지 1500기로 빠르게 늘릴 계획인 만큼 핵실험을 통한 신형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자오통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NYT에 “모든 증거는 중국이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며 “중국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핵전력 격차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중국의 핵추진잠수함에서 쏘는 다탄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는 최대 3개의 탄두를 탑재하지만, 미 해군이 핵잠수함에서 운용하는 ‘트라이던트 II’ SLBM의 탄두는 최대 8개다. 핵미사일 한 발로 공격할 수 있는 목표물 수에서 차이가 현격한 셈이다. 또 중국은 둥펑 계열 극초음속 미사일에 장착할 신형 핵탄두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중국의 094A형 핵잠수함에 탑재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2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중국의 094A형 핵잠수함에 탑재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2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현 수준의 핵무기로는 미·러에 대항할 수준이 안된다고 보고 더 강력한 핵무기를 원하고 있다”며 “파괴력을 높여 소형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미래 핵무기 획득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 같은 서방 전문가들의 핵실험 재개 관측에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위성사진 등) 그림자만으로 근거 없이 ‘중국 핵 위협’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전적으로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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