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인국공도 '노조 타임오프' 법 위반…1만시간 더 썼다

중앙일보

입력

인국공도 타임오프제 위법사실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인국공도 타임오프제 위법사실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서교공)에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도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한도를 초과 운영한 사실 등이 적발돼 시정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달 초 고용노동부가 타임오프제도 근로감독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39곳의 위법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기관·기업명은 공개하지 않아 인국공의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21일 인국공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학용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타임오프 관련 시정지시서에 따르면 인국공에 대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중부고용청)의 근로감독은 지난 9월 21일에 진행됐으며, 2가지 법 위반 사항이 지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위반 사항은 연차유급휴가와 약정휴가 등은 연간 소정근로시간에 포함한 뒤 근로시간면제시간을 노조 전임자에게 부여해야 함에도 인국공이 이들 휴가를 소정근로시간에서 제외해 결과적으로 법상 면제한도(연간 1만시간)를 780시간 초과했다는 것이다.

 연차유급휴가가 연간 소정근로시간에 포함됐을 경우 노조 전임자가 휴가를 가게 되면 자신에게 부여된 타임오프 시간에서 해당 시간만큼 차감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노조 전임자가 쓸 수 있는 타임오프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타임오프는 노사 교섭, 노동자 고충 처리 등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사측이 근로시간을 면제해주는 제도로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단, 면제시간과 인원은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한도가 정해지며, 만일 법상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중부고용청은 시정지시서에서 “연간 소정근로시간이란 법정 근로시간 범위내에서 노사가 연간 근로하기로 정한 시간이므로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법정·약정휴일 불문)은 연간 소정근로시간 산정에서 제외되나, 근로의무가 있지만 당사자 청구 등에 의해 근로의무가 면제되는 연차휴가 등 휴가의 경우에는 연간 소정근로시간을 산정할 때 포함해야 한다”는 관련 행정해석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국공이 연차유급휴가 등을 연간 소정근로시간에서 제외하면서 노조 전임자들은 사실상 타임오프를 더 많이 부여(초과)받은 셈이 된 것이다. 인국공에 따르면 인국공 노조위원장이 가장 많은 240시간을 초과했고, 수석부위원장과 국장 등 5명이 각각 90~120시간을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1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과 '운영비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1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과 '운영비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는 인국공이 단체협약(단협)에 따라 노조가 매주 1회 갖는 집행위원회를 유급으로 인정함에 따라 집행위원회 참여간부가 사실상 파트타임 면제자의 형태로 활동하는 걸 보장해 타임오프 시간과 인원한도를 초과했다는 지적이다. 인원은 27명, 시간은 약 1만 1200시간을 한도 초과했다는 것이다.

 중부고용청은 “근로시간면제자(노조 전임자)가 아닌 노조간부, 일반조합원의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단협이나 사용자의 동의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정하고 그 활동 시간에 대해 유급으로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조합활동이 주기적·고정적으로 진행돼 실제로는 파트타임 면제자의 형태로 활동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사실상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를 지원하는 것에 해당해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매주 1회 정기적으로 집행위원회를 갖고, 여기에 참가하는 간부들을 모두 유급으로 인정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미이다. 또 인국공은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보장한다며 집행위원회 시행 일자만 사전에 통보받고, 실제 참석명단 등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부고용청은 인국공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해당 규정을 삭제 및 보완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이번에 문제가 된 근로시간면제 합의는 지난 2021년 12월 14일, 단협은 그해 12월 30일에 각각 체결됐다. 당시는 김경욱 전 사장이 재임할 때다. 김학용 의원은 “건전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서라도 문제가 있는 근로시간면제 관련 규정 등은 속히 바꾸고, 단협 상에 논란이 될만한 내용도 노사가 함께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정열 인국공 노사협력팀장은 “연차휴가를 소정근로시간에 넣을지에 대해 당시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집행위원회의 인원 및 시간 초과 역시 실제 참석인원과 소요시간이 아닌 계획상 수치를 그대로 반영해 최대치로 산출한 것으로 실제와는 차이가 난다”고 해명했다.

 박 팀장은 그러면서 “시정지시가 있었던 만큼 근로시간면제운영합의서 및 단협 재체결을 위해 현재 노조와 연내 체결을 목표로 교섭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인국공 노조의 허인무 사무국장은 “정부의 시정지시는 납득되지 않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개선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