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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도전 빛나는 제주의 도약] 한 해 해양쓰레기 2만t, 걸으며 줍는다…제주 바다 살리는 ‘플로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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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고향사랑기부금, 사업에 사용해  
APEC 유치 캠페인도 함께 펼쳐
남방큰돌고래 위한 ‘플로빙’도

민간에서 주도하는 2025 APEC 제주 유치 캠페인과 플로깅 활동이 지난 8월 7일 이호테우해변에서 열렸다. [사진 제주도]

민간에서 주도하는 2025 APEC 제주 유치 캠페인과 플로깅 활동이 지난 8월 7일 이호테우해변에서 열렸다. [사진 제주도]

한 해 2만t이 넘는 쓰레기가 밀려드는 제주바다를 살리기 위한 플로깅(plogging) 바람이 불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 해녀와 함께 하는 해양환경 정화 등 다양한 계기가 맞물렸다. 이런 뜻 깊은 플로깅 활동에는 제주도와 민간단체의 2025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 홍보활동으로 이어졌다. 제주도는 20일 “APEC 정상회의 제주 유치를 위한 도내 민간단체의 참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간에서 주도하는 2025 APEC 제주 유치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을 받은 플로깅 유치 캠페인은 올 여름 피서철인 지난 8월 7일 제주시 이로테우해변에서 진행됐다. 이 캠페인은 민간단체 주도로 2025 APEC 정상회의를 제주에 유치하기 위한 범도민적인 동참 분위기를 유도하고, 이호테우해변 정화활동을 병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바르게살기운동 제주도협의회에서 ‘2025 APEC 제주 유치 결의대회 및 줄(줄이고)·줍(줍고)·즐(즐기자) 캠페인’ 진행한 것. 이날 행사에는 오영훈 지사, 김순택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 사무총장, 좌중언 바르게살기운동 제주도협의회장을 비롯해 제주도내 바르게살기운동 회원 320여 명이 함께했다.

오 지사는 “지난 국외출장에서 인도네시아와 태국, 베트남 고위급 인사들에게 APEC 제주 유치를 위한 지지를 요청했다”며 “2022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였던 방콕시에서 성원을 보내준다고 하여 든든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결의대회 이후 오 지사와 도·행정시·읍면동 바르게살기운동 회원들은 이호테우해변 플로깅 행사에 참여해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또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APEC 관련 홍보물을 배부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바르게살기운동 제주도협의회에서는 APEC 제주유치 분위기 확산을 위해 ‘APEC 제주유치 기원’ 현수막을 도내 14개소에 내거는 등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플로깅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업’(plocka up)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걷거나 뛰며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제주도가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금을 활용한 첫 사업이기도 하다. 제주도 고향사랑기부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6억6900만 원이 모였다. 이 중 1억 원을 플로깅 사업에 썼다. 기부금으로 사업을 벌인 곳은 전국 지자체 중 제주가 처음이다.

제주도는 멸종위기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1호로 지정, 보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5년 지정이 목표다. 생태법인은 생태적 가치가 큰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물에 법인격을 부여한다. 법인격을 갖추면 동식물도 후견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된다. 외국 사례도 있다. 뉴질랜드가 환가누이강에, 스페인이 석호에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제주도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생태법인 제도화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내년 4월 시작되는 22대 국회에 제출하고 2025년에 지정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선 제주 연안에서만 발견된다. 제주에서도 포착되는 개체수가 120여 마리뿐이다. 앞서 지난달 4일에는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앞바다에서 전문 다이버 50명이 바닷속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플로빙(플로깅과 다이빙의 합성어)’을 진행했다. 제주바다를 구하기 위한 ‘플로깅’ 노력은 또 있다. 제주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도 지난 3일 올레길 3코스서 플로깅을 했다. 제주여성자원활동센터 봉사자 60여 명과 함께 서귀포시 성산읍 올레길 3코스에서 플로깅을 했다. 제주바다의 어머니로 불리는 ‘해녀’도 바다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 10월 21일 제주도해녀협회, 모슬포수협, 지역 선사직원 등 300여 명이 마을어장 정화에 나섰다. 여기엔 오영훈 지사를 비롯해 제주도 소속 5급 이상 공직자도 함께했다. 바닷속에 쌓인 쓰레기는 해녀가 건져 올리고, 다른 참석자들은 일대 해안가를 걸으며 폐어구·플라스틱 등을 줍는 등 쓰레기 300여 포대를 수거했다. 최근 조사된 제주도가 수거한 지역 해양쓰레기양은 2021년 기준 한 해 약 2만 2082t으로 2019년(1만 2308t)보다 1만t 가까이 늘었다. 가장 많은 것은 스티로폼 등을 포함한 플라스틱류로 조사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 4월29일부터 9월23일까지 진행한 ‘2023 제주줍깅’ 캠페인 결과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파편이 가장 많았다. 이 기간 190명이 참여해 해양쓰레기 528.4㎏(6954개)을 수거했는데, 이 중 플라스틱 종류가 가장 많았다. 플라스틱류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의 파편이 3155개, 페트병·병뚜껑 1193개, 플라스틱·스티로폼 부표 374개, 빨대·젓는 막대 320개 등으로 전체의 72.5%(5042개)였다. 이외에 담배꽁초 714개, 밧줄·끈류 655개, 비닐봉지·과자·라면봉지 493개, 기타 50개 순이었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제주 청정 바다환경에 관심과 기대가 커짐에 따라 제주도내 여러 바닷가에서 플로깅 활동을 진행했다”며 “이런 환경보호 활동은 타 지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만큼 APEC 유치 홍보 노력도 함께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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